◆써니YNK 윤영석 사장
얼마 전 공인의 신분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선배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그는 “핵심기술의 경쟁력이 외국에 비해 월등하게 떨어져 걱정”이라면서 10년 후 국가 수입의 근간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때 필자가 게임과 문화산업을 예로 들어 그 가능성에 대해 논하였으나 그는 “현실적, 사회적 제약이 많을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세대간 교체가 시급하다”는 조언을 했다.
한 국가의 상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상품이 해당 국가의 국민 정서에 깊숙이 전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에 일본이 자국 상품의 해외판매를 위해 먼저 문화적인 침투를 시도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구열강의 시기에 ‘종교’도 식민지 확장에 이용되곤 했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과 가정용 게임기를 필두로 세계를 공략했다. 일본 문화에 대한 개방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구한말처럼 또 다시 문화적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오는 저지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흔히 자동차를 ‘산업사회의 총아’라 비유하며 한때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력과 생산력이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곤 했다. 산업화 시대의 특성을 활용해 경제강국이 된 곳은 일본과 미국이다. 하지만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지하고 있다.
이제 ‘지식 정보산업 시대’의 도래는 우리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전세계인들은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문화상품이라 할 만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좀 더 반성할 때다.
기업은 우선 ‘상품’이 아닌 ‘문화마케팅’이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공유와 함께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터넷 바람을 타고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콘텐츠의 육성이 매우 미흡하다.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콘텐츠산업의 3대 근간’이 게임, 영화, 스포츠라 한다면 그 중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한 게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문화적 콘텐츠가 아닌 일종의 ‘오락물’에 해당될 뿐이다.
또한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게임산업을 단순히 수익사업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게임은 문화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일부 몇몇 기업이 놀랄 만한 매출액을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의 95% 이상이 적자에 시달리는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정부의 정책이다. 게임 부문에 대한 지원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통치의 논리’라는 시대적 관습을 못 벗어나는 듯 싶다. 우리의 네티즌은 세계 일류고, 게임업체는 아직 이류인 현실에서 정책적인 면은 어떠한가.
이미 미국의 게임에 관한 연령제한등급심사기관(ESRB), 일본의 컴퓨터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CESA) 등은 정착되었는데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기업들이 중심이 된 통합기구 신설뿐만 아니라 정부도 최근 문제가 된 ‘사전 검열제’ 등 부처간의 밥그릇을 넘어선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민간 자율기구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세계적인 경쟁력은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民)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는 매년 말 가장 해외수출 실적이 좋은 업체를 골라 정부에 품신하고 정부는 해당업체에 큰 상을 주는 그런 격려로 상 이름이 ‘광개토대왕상’이라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