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블루투스` 텔레매틱스 기대주로

 포드자동차가 자동차용 각종 통신기기 개발을 위해 합작설립했던 윙캐스트를 지난달 포기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물간 아날로그 기술로 이른바 ‘텔레매틱스(자동차 등 운송수단 운행중 제공되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라고 불리는 자동차 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으니, 설립 이후 18개월 동안 단 하나의 제품도 시장에 내놓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하는 분석이다.

 윙캐스트가 사라진 지금 ‘블루투스’라는 근거리 디지털 무선 통신 표준이 자동차 텔레매틱스 산업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투스기술은 북유럽에서 개발됐으며 10세기경 한 바이킹 왕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이 근거리 무선 통신기술 표준은 텔레매틱스시스템의 구성부품이 무선 주파수를 통해 상호 ‘대화’하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e메일을 점검하거나, 방향지시를 받거나, 비상전화를 걸거나, 자동차 열쇠를 차 안에 두고 나왔을 때 차 문을 열어주게 된다.

 블루투스는 반경 30피트 범위 안이라면 심지어 차량 밖에서도 손이 아닌 음성으로 차안에 있는 휴대폰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휴대폰과 핸드헬드컴퓨터, 노트북컴퓨터, 프린터 등을 연결할 때 이용되고 있다.

 블루투스를 자동차에 활용할 경우 운전자는 휴대폰을 교체할 때마다 같이 교체해야 하는 크래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휴대폰을 옷주머니에 넣거나 컵홀더에 꽂아두고 쓸 수 있다. 블루투스 기술은 휴대폰을 모뎀처럼 사용해 영화나 음악, 운행정보 등을 다운로드한 뒤 이를 차내 컴퓨터에 전달해 다시 화면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동차 텔레매틱스는 제너럴모터스가 서비스중인 온스타(OnStar)시스템. 이 시스템은 블루투스를 사용하지 않고 배선회로를 사용하고 있다. 크라이슬러그룹은 ‘유커넥트’라고 불리는 블루투스 기반 텔레매틱스시스템을 자동차 판매점에서 자체 설치하는 옵션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설치비를 제외하고 대당 299달러 수준으로 크라이슬러그룹은 내년 초부터 유커넥트를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설치할 수 있는 버전으로 만들 예정이다.

 크라이슬러그룹의 잭 위더로 텔레매틱스 최고책임자는 “텔레매틱스는 융통성과 단순성, 저렴한 가격 등의 문제를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커넥트 초기 버전은 음성을 이용한 전화 걸기와 최대 32개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는 음성 주소록을 제공할 예정이며 그 밖의 유커넥트 기능은 공장 설치용 버전으로 개발돼 추후 발표될 전망이다.

 유커넥트 서비스는 자동차 1대에 최대 5대까지 전화를 취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유커넥트 이용료는 월 휴대폰 통화료에 합산된다.

 자동차 텔레매틱스 기술과 그 관련 서비스의 개발은 전문업체에서 이루어져야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위더로 최고책임자는 “텔레매틱스는 크라이슬러가 집중하고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크라이슬러는 무엇보다도 핵심기술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는 그러나 퀄컴과 합작한 윙캐스트가 자사 핵심분야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윙캐스트를 포기하기로 했다. 폴 우드 포드 대변인은 “텔레매틱스에 대한 포드의 개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그런 의지를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는가 하는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실천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캡제미니언스트앤드영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텔레매틱스 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2∼3%에 그치고 있으나 그 잠재력은 그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텔레매틱스 하드웨어 및 유료가입 서비스 시장은 지난 2000년 36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 270억달러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텔레매틱스 리서치 그룹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인들이 구입한 텔레매틱스 설치 차량은 185만대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이 연구소는 내년 260만대에서 2007년 76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블루투스는 무선 다운로드 외에 자동차 부품들이 운전자에게 ‘말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한 예로 자동차 교류 발전기가 교체 기간을 6개월 남겨두었을 때 자동차내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작동시켜 운전자에게 교체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자동으로 자동차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교류 발전기 교체품을 주문하게 해준다.

 포드는 최근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트레드 간격 문제와 관련 차량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자동차 사고 및 보증 청구 데이터 수집 시스템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온스타의 돈 버틀러 기획 및 사업개발 부사장은 자사 서비스 가입자가 250만명을 넘어 현재로서는 온스타 시스템이 자동차 텔레매틱스 분야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지난 96년 설립된 온스타는 일부 일본과 독일 자동차들이 자사 시스템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내장된 무선 접속 시스템과 유선회로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온스타 시스템이 완전 무선 블루투스 기반 시스템에 결국 밀려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유커넥트를 통한 휴대폰 및 그 관련 서비스 제공 사업을 자동차 사업과 분리해 블루투스 제품의 별도 판매와 외부 서비스 회사의 서비스 유료 제공을 통해 수입을 챙길 방침이다. 하지만 블루투스 시스템의 활용이 편할 수는 있으나 온스타를 앞지르기는 그리 간단치 않을 듯싶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