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기체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기업의 신경망에 해당하는 전산(IS)조직을 통합하는 것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일본에서 다이이치간교와 후지 등 3개 은행이 통합, 세계 최대 은행(총자산 145조엔)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을 출범시키자마자 전산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약 한달 동안이나 큰 혼란을 겪었던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적인 IT컨설팅 회사 가트너그룹이 최근 펴낸 보고서(An IS Perspective on Mergers and Acquisitions:A Six-Stage Handbook)는 전산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위해 M&A를 추진하는 6단계별 대응방안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기업을 M&A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인수나 합병도 모두 하나의 별개 이슈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기업의 신경망을 관리하는 IS조직은 M&A 역량과 책임을 평가 및 관리하기 위한 융통성 있는 체계를 필요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 합병보다 더 복잡한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합병에는 기업의 핵심 인력과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모두 관련된다. 거시적인 차원의 합병은 기업의 생존 자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명확하고도 전략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또 IS조직은 관련 당사자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실제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한다.
M&A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필요한 활동을 조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 점을 감안해 가트너는 합병 과정을 추적하는 6단계별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다시 기업이 합병 대상 기업을 탐색하고 결정하며 이를 최종적으로 실천(구현)하는 등 3단계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회사를 합병 방식에도 세 가지 모델이 존재한다. 흡수합병, 독립형 또는 동등한 두 기업간 통합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M&A 자체의 실질적인 실행 형태가 결정된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2만6000여건의 M&A가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약 절반(40∼60%)이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만큼 M&A는 성공하기 어렵다.
M&A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보면 우선 기업 문화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문화의 충돌 문제는 특히 인수 주체가 성장 지향적이고 인수 대상 기업이 내실을 중시하는 기업일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인수된 기업은 대개 규모는 작지만 외견상 성공한 기업으로 보이기 때문에 분명 가치가 있다. 특히 내실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성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는 결합하기가 쉽지 않다.
또 기업 경영자들은 종종 인수 결정을 할 때 문화적 차이 해결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진행시키곤 한다. 양사의 문화에서 정수만을 뽑아 새로운 기업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상당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두 업체가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지 설명하기 위한 회의를 인수 진행 단계에서 시작한다면 이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라는 점이다.
특히 IS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인수를 진행하기 전에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막상 M&A 작업이 시작되면 실패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반드시 해결됐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 세 가지 M&A 모델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흡수합병은 인수 대상 조직이 인수 주체에 완전히 흡수돼 법인으로서의 존재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합병된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인수 주체 업체의 프로세스에 동화된다. 하지만 일부는 ‘새로운’ 비즈니스 관행에 맞추어 수정할 필요가 있다.
△독립형 합병은 인수 대상 기업이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임을 의미한다. 보통 인수하는 기업의 시스템을 일부 재활용하게 된다. 특히 전자우편과 문서 호환성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등한 두 기업간 통합은 양쪽 기업이 계속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갖고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다시 말해 합병의 결과로 탄생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양쪽 기업의 시스템과 모범적 관행들을 혼합한 형태가 된다. 이 옵션은 가장 복잡한 합병 방식이며 따라서 시간과 자원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6단계의 합병 과정에도 불구하고 합병 실행을 위한 활동은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가트너 M&A 모델에서 전체 프로세스는 6개의 절차로 이루어지며 각 절차는 관련 국면에 따라 고유한 목적을 갖는다.
◇제1단계(후보기업 탐색)=대부분의 인수 기회는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개는 인수하는 기업이 사내에 소규모 팀을 구성해 기회를 노린다. IT 담당자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
◇제2단계(최초 후보기업 평가)=구체적인 후보가 등장하며 비로소 협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상호 깊이 있는 IT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어렵다.
◇제3단계(자세한 후보기업 평가)=인수 후보기업의 경영 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IS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제4단계(협상 마감)=최종 계약 조건이 결정되기 전까지 협상은 아직 진정한 의미의 ‘거래’라고 할 수 없다. 얼마나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뛰어다녔는지에 따라 협상 과정의 현실성이 좌우될 수 있다.
◇제5단계(M&A 수행)=이 절차에는 또 다음의 네 가지 단계가 있다.
-비즈니스 및 IT 프로젝트를 위한 집중 기획, 인사 관련 이슈를 분석한다.
-M&A에 대한 모멘텀(예:인프라, 금융·인적 자원)을 얻기 위해 조기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운영상의 비즈니스 변환 프로세스를 모두 추적한다.
-새로운 운영 여건을 위한 직원을 배치한다.
◇제6단계(운영상의 검토)=새로 통합된 조직이 변화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고 기업 운영을 안정화시키는 일을 도와준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과 실제로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M&A는 구체적인 프로세스의 추진 이상으로 역량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M&A 체계의 여섯 가지 절차는 세 가지 국면으로 묶을 수 있다. 선택, 결정 및 실천(구현)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각각의 국면마다 사람들의 역량과 업무를 정의하는 핵심 주도 그룹이 존재한다. IS관련 부서의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우리는 M&A를 구현하는 단계마다 등급을 부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각각의 국면에서 평가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선택=M&A를 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의 측면에서 옳은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합병 후의 회사 운영비용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사 IT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따른 비용산출과 합병 수행에 따른 시간을 추정한다.
◇결정=성실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는 성공적인 M&A의 토대가 되므로 사전 정보 수집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나는대로 현장을 방문, M&A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구현=실제로 M&A를 실천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기업의 거의 모든 요소가 관련돼 있는 것을 사전계획에 따라 예산 범위 안에서 진행하는 것은 피를 말리는 작업의 연속이다.
그밖의 중요한 이슈들도 M&A 체계의 처리 방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새로운 미국 M&A 회계 법규=2001년 6월 이후부터 합병을 위한 회계 법규가 변경됐다. 특히 수입과 무형 자산과 관련된 규정이 주로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인수를 합리화하는 데 사용됐던 금융 모델은 이제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됨으로써 M&A에 대한 기대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그렇지 않으면 합병 기업을 재평가하고 평가절하해야 하며 이는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점은 IS조직이 계획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하며 가능한 한 기업이 현실적인 거래를 하도록 한다. 새로운 기업의 운영방식과 운영비용은 IS조직의 역할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국경을 초월한 기업 인수=국제적인 기업 인수는 미국 내 M&A 건수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이는 기업이 세계화 전략을 합리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대부분의 합병 행위는 자신이 만든 비즈니스 문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개인들의 거래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경을 건너면 이러한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사회와 기업 문화는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이슈들은 국제적인 합병을 수행할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피M&A된 기업에 대한 조언=대부분의 M&A 관련 자문은 살아남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M&A에는 반드시 두 개의 당사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피M&A된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기업이 인수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이 해고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인수되는 기업의 직원들이 향후에 이루어질 인사 결정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습해야 할 것들도 제법 많이 있다.
◇결론=M&A 행위의 복잡성은 기업과 IS관련 업무 종사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경영을 위해 포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을 요구한다. M&A에 관련된 IS조직들은 자신들의 M&A 임무를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일정 범위의 역량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현재 기업이 직면해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