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의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월드컴은 350억달러를 웃도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이르면 21일(현지시각)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18일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83년 설립된 월드컴은 최근 5분기 동안 발생한 38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분식회계를 통해 투자로 둔갑시킨 사실이 밝혀져 최근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넣은 바 있다.
또 월드컴이 파산하게 되면 지난해 12월 파산을 신청했던 엔론에 비해 규모가 더 커 미국 역사상 최대 파산을 기록할 전망이다. 월드컴은 지난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039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이는 앞서 파산신청을 한 엔론의 자산규모보다 약 400억달러 더 많은 것이다.
만약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 회수가 일정기간 중단되고 월드컴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M&A)되는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마이클 파월 회장은 지난 84년 AT&T에서 떨어져나온 이른바 ‘베이비 벨(Baby Bell)’들에 월드컴을 인수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만큼 월드컴의 회복을 위해서는 베이비 벨 회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앞으로 미국의 지역 및 장거리 전화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통신사업자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지난 84년 여러 회사로 쪼개진 AT&T의 독점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월드컴의 파산신청 이후에도 최근 일부에서 제기됐던 인터넷 등의 서비스 중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