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벤처업계의 찬반 양론 속에 출발한 전경련 국제산업협력재단의 ‘벤처기업등급평가사업’이 최근 185개 유망벤처기업을 선정·배출하면서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전경련 산협재단의 벤처등급평가사업은 우리 벤처산업을 이끌어갈 유망벤처를 가려낼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체제를 만들자는 대승적인 취지를 갖고 있다. 투자기관들에는 보다 객관적인 가치평가자료를, 벤처기업들에는 투자유치와 제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산협재단이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이번 등급평가사업에는 469개라는 적지않은 벤처기업이 참가하기는 했지만 아직 벤처업계에는 이 사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시각은 ‘대기업’이 평가 주체인 데서 오는 거부감, 벤처 기술력과 잠재력의 평가방법에 대한 불신 등 자칫 사업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산협재단 입장에서는 이 사업에 부정적인 업체들은 제외하고 원하는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산협재단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사업이 그 규모나 취지로 볼 때 우리 벤처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단 측의 말처럼 이번 사업은 벤처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제휴 등을 추진하는 대기업·벤처캐피털 등 유수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이번 사업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로 마련된 ‘벤처기업등급평가사업 결과보고대회’에는 이석영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해 이 사업이 한 재단의 독자적인 사업의 의미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도 지지하고 기대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심사가 그렇듯 합격하는 이가 있으면 떨어지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평가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협재단이 이번 벤처기업등급평가를 위해 각 기관이 적용하고 있는 다양한 평가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재단이 우리나라 벤처평가의 보다 합리적이고 대표적인 기준을 마련해 산협벤처평가사업이 이번 심사에서 떨어진 284개 기업조차 재도전을 원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