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유무선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무선랜서비스 사업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은 연초 무선랜사업 부문에 각각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이 부문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으나 무선랜 확산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KT와 달리 SK텔레콤은 R&D·시범사업 위주의 사업전개에 그치고 있다. 국내 유무선 지배적 사업자인 이들 두 회사는 유선과 무선 등 서로 다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선랜사업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연초 이 부문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KT(대표대행 정태원)는 무선인터넷 사업이 초고속인터넷 이후 캐시카우사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대학가와 시내 중심가, 지하철역 등 전국 1만여곳의 핫스팟을 선정, 무선랜을 설치해 전국적으로 네스팟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머큐리·청호컴넷·텔피온 등을 무선랜 장비공급 업체로 선정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서울·경기·호남·영남·충청·영남 등 지역본부별 네스팟 확산작업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KT가 무선랜의 확산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것은 포화단계에 이른 초고속인터넷의 대안으로 무선인터넷을 꼽기 때문이다. 무선랜의 경우 자신들이 사용하는 노트북PC나 PDA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콘텐츠의 경우도 이동전화 분야의 무선인터넷보다 많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기존 노트북PC나 PDA 사용자들을 고스란히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비즈니스의 활성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특히 지난달에 인텔 본사와 무선인터넷 관련 포괄적 제휴를 맺고 무선인터넷의 확산과 이를 통한 가입자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단말기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개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네스팟에 가입하는 고객이 삼성전자의 인텔계열 노트북PC를 구입할 경우 시중가격보다 15∼2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PDA 공급업체와 다른 노트북PC 공급업체와도 연계해 무선랜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에 비해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무선랜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올해에는 시범사업 부문에만 치중하는 한편 이후 전개되는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 무선랜서비스 사업의 경우 당분간 3G서비스 등 무선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 차원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SK텔레콤은 현재의 무선랜보다 기존의 CDMA 이동전화망과의 연계기술 개발 및 2.3㎓ 주파수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와의 연계에 대한 기술개발 등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이 무선랜 사업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 회사는 KT의 무선랜 사업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부가서비스식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유선망이 없는 SK텔레콤으로서는 ISP 입장에서 무선랜서비스를 활용하는 길 이외의 대안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전략은 유선사업자들이 무선랜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한단계 업그레드할 경우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무선인터넷 사용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무선 대표기업인 두 사업자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것”이라면서도 “가입자 확보 여부가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T의 무선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커버리지를 좀더 확대할 수 있도록 3·4세대 이동통신망을 연동할 수 있는 방법론이 강구돼야 하며 더나아가 하나로·두루넷 등과의 로밍에 대한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