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300㎜(12인치) 웨이퍼 가공 공장(FAB: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최대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도 최근 300㎜ 팹에 대한 대대적 설비투자 계획을 선언한 바 있어 200㎜에 비해 2.25배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는 300㎜ 웨이퍼 주도권을 놓고 한·미 주요 반도체업체간 불꽃튀는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21일 실리콘스트래티지스(http://www.siliconstrategies.com)에 따르면 인텔·IBM·텍사스인스트루먼츠·모토로라·AMD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수년간 보여온 눈치작전에서 벗어나 300㎜ 웨이퍼 반도체 공장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세계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오는 10월경 ‘11X’라고 불리는 자사의 두번째 300㎜ 웨이퍼 가공 공장을 개설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 폴 오텔리니 사장은 “뉴멕시코주 리오 란초에 있는 11X 패브 공장이 오는 가을경 문을 열 것이며 이 공장은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있는 ‘D1C’ 공장에 이은 우리의 두번째 300㎜ 팹”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D1C 공장은 올초부터 펜티엄4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 오텔리니 사장은 “올해 55억달러로 예정된 자본투자 중 수백만달러를 감축할 방침이지만 300㎜ 웨이퍼 공장은 이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텔리니의 이같은 발언은 앞서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인텔이 300㎜ 웨이퍼 팹 장비 주문을 철회했다”는 보고서를 작성, “인텔이 300㎜ 웨이퍼에 대한 투자를 철회 했다”는 루머가 나돈 것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다. 오텔리니는 “매출이 늘지 않고 있지만 오는 2004년까지 4개의 300㎜ 웨이퍼 공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리건에 있는 두개의 팹을 포함해 뉴멕시코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아일랜드에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도 오는 8월 첫째주에 이스트 피시킬(뉴욕주)에서 300㎜ 공장 가동 테이프 커팅식을 가지며 300㎜ 웨이퍼 경쟁에 불을 댕긴다. 대규모 양산 설비 능력은 IBM을 반도체 시장의 메이저로 견인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 회사 대변인은 “300㎜ 웨이퍼 공장에 25억달러를 투자하며 이스트 피시킬 공장은 벌링턴에 있는 200㎜ 공장과 양산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IBM에 이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대형 플래터를 월 5700개 생산하고 있는 자사 최신 300㎜ 공장(DMOS 6)에서 최근 130나노미터의 구리 공정을 이용한 제품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쳐 300㎜ 웨이퍼 경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한편 인텔·IBM·TI 등 3사와 달리 모토로라와 AMD는 파트너십을 통해 300㎜ 웨이퍼 경쟁에 뛰어 들고 있으며 반도체 6강 중 하나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00㎜보다는 당분간 200㎜ 웨이퍼 공장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