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의 정보(情報), 남의 정신(情伸)

 ◆정희성 선문대 컴퓨터정보학부 교수

 

 최근 북의 IT관련 인사들이 ‘정보’ ‘정보화’ ‘정보기술’ 등의 용어를 스스럼없이 언급하는 것을 TV에서 보고 내심 놀랐다. 과거 그들과의 만남에서 이들 용어에 대한 인식과 이해에서 상당한 ‘의미적 거리’를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용어의 공용이 대상의 인식과 이해에서 동일함을 의미하지는 않으나 남북이 ‘정보’ 정책을 일류복지국가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수단, 또는 목표로서 불가결한 것으로 인식해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보’가 남북의 상호인식과 이해를 위한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자어 ‘정보(情報)’는 일본말로 1879년 근대 일본의 선각자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영어의 ‘Information’에서 조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의 사전적 의미로는 ‘사정이나 정황의 알림 또는 사물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 판단 지식’이라는 뜻과 ‘물질, 에너지에 이은 제3의 재화’ 등이 있다.

 ‘情報’에서 ‘情’은 ‘뜻’이고, ‘報’는 ‘알리다’로 풀 수 있다. 따라서 ‘정보’란 ‘뜻을 알림’이라는 의미로 이것은 순수한 우리식 해석이다. 중국어나 일본어 사전에서의 ‘情’에는 ‘뜻’이란 의미가 없다.

 ‘情’을 ‘뜻’이라 정의한 곳은 우리뿐으로 1446년 발간된 훈민정음 언해본에 이르기를 ‘이종부득신기정자다(而終不得伸其情者多)’, 즉 ‘마침내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사람이 많으니라’에서 첫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정신(情伸)’은 ‘뜻을 폄’으로 ‘뜻을 알림’보다는 능동적임을 알 수 있으며, 오늘날 정보사회에 대한 개념과 일치하는 보다 선진된 용어 표현임에 틀림없다.

 ‘정보사회’를 정의할 때 우리는 컴퓨터·인터넷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회’로 해석하기 쉬우나 그것을 세종대왕식으로 해석하면 누구라도 ‘뜻을 알리는 데 거침이 없는 사회’로서 훨씬 설득력 있는 표현이 된다.

 ‘정보기술’을 구체적으로 열거해보자. 대표적으로 정보처리기기·정보저장기술·정보표현기술·정보교환기술 등으로 나눌 수 있겠고 각각 컴퓨터·데이터베이스·멀티미디어·인터넷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위의 각 용어에서 정보를 ‘뜻의 알림’으로 해석해 대입하면 기술적 개념이 한눈에 들어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IT 교육에서 용어의 추상적 개념을 이해시키는 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상의 슬기가 새롭다.

 지난 6월 서울과 평양에서는 큰 정보 행사가 열렸다. 월드컵과 아리랑축전이 그것이다. 모두 아날로그 콘텐츠에 속한다. 하나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이며, 또 하나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모두 ‘뜻’을 가진 행사로서 어느 것이 보다 성공적이었는가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두 행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 참가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 10만명이 각본대로 일사불란하게 펼친 콘텐츠, 700여만명의 거리응원으로 표현되는 각본없는 콘텐츠 그곳에서 ‘정보’와 ‘정신’의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전국민의 붉은 악마화’는 ‘정신세대(情伸世代)’의 새로운 대두를 의미하며 정보세대의 수동성과 정신세대의 능동성이 남북 콘텐츠의 차이다. 질서·협동·자율이야말로 정신세대의 미덕이다. 그래서 그들은 ‘뜻을 펴는’ 콘텐츠의 주인공이었다.

 우리가 정보기술을 키워드로 남북교류를 추진하자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보기술의 교환·협조·공유를 통한 상호발전 도모에 있다. ‘뜻’의 공유도가 커지면 그것은 ‘지식’으로 바뀌고, 그 지식이 일상화하면 그것은 ‘상식화’한다. 남북 IT 전문인 뜻의 공유에 의한 공동지식의 창출, 그리고 후세들의 상식 수준에 머물 수 있는 IT 교류의 확대가 아쉽다.

 IT 남북교류를 더욱 확대하자. ‘남과 북이 평등하게 뜻을 펴는 시대’, 즉 ‘남북 정신시대’의 구현이 남과 북, 우리의 공동목표가 될 수 있다. 정신사회 건설이 일류복지국가와 강성대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은 정보·정보기술의 국유화·국가화에서 산업화·기업화·시장화로의 정책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정신사회를 구현하는 지름길이다. 이것 없이는 강성대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