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 베일리를 모르더라도 누군가는 이미 전화로 그녀와 얘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수천명이 매일 AT&T의 무료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나 주가확인을 위해 e트레이드에 전화를 걸 경우 그녀의 또렷하고 쾌활한 녹음 응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음성인식기술을 앞다투어 도입하면서 베일리와 같은 음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음성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텔미네트웍스사의 마이크 매큐 사장은 “전화기 버튼식을 이용해본 고객들은 누구나 짜증나는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음성수요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업체와 항공사들이 선도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음성시스템을 활용해 실제로 전화를 걸게 해준다. 음성인식기술은 아울러 복잡한 거래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웰스파고은행의 톰 라센트라 신용카드사업부 고객서비스담당 이사도 “음성인식기술이 버튼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자연스럽다”고 꼽았다. 음성인식기술이 수십년간의 연구 끝에 커다란 결실을 이룬 덕분에 언젠가는 음성이 기계와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스피치웍스인터내셔널, 뉘앙스 등 주요 업체들의 음성인식 정확도는 90% 정도에 이르지만 아직 액센트가 강하거나 휴대전화와의 접속이 불량할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내원과의 대화를 원하는 이들이 아직 컴퓨터화된 목소리를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어 다른 길을 열어놓고 있다. 보통 전화는 ‘0’번을 누를 경우 안내원과 연결되며 자동화 시스템이 어떤 요청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룰 수 없을 경우에도 안내원과 직접 연결되게 된다. 자동화 음성시스템을 채택한 기업들은 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스템에 인간적인 체취를 심으려 하고 있다. 웰스파고은행의 신용카드사업부는 몇개월간의 시장조사 끝에 30대의 남성 은행가처럼 들리는 젊고 멋지면서도 심각한 목소리를 골랐다. 라센트라 이사는 “고객들이 재미있는 목소리를 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문가의 목소리를 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전출납계원이 취급하는 은행거래를 줄이기 위해 진땀을 흘려온 웰스파고는 일부 시장에서 음성자동화 전화시스템을 현장 시험한 뒤 내년에는 미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이미 시험해 본 이들은 음성자동화시스템이 소비자 만족도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꼽는다.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오비츠가 지난달 예약확인과 취소를 음성자동화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한 뒤 안내원 없이 이루어진 전화통화 비율은 3%에서 15% 이상으로 올라갔다.
음성자동화시스템은 전화 통화시간을 짧게 해주기 때문에 특히 버튼을 누르다가 결국 막다른 벽에 부딪쳐 화를 내는 성격이 급한 고객에게는 제격이다. 찰스슈왑증권은 지난 97년 주가를 문의하는 고객으로 하여금 버튼을 누르는 대신 말을 하게 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증권사 고객들은 요즘은 이 같은 방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물론 거래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세실리 뱁티스트 음성기술담당 부사장은 자사의 고객 전용선에 전화를 거는 고객은 대부분 버튼 누르기 대신 음성시스템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금을 송금할 경우 버튼식은 14단계를 거쳐야 하는 반면 음성식은 5단계면 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모니터는 포천 500대 기업 중 음성자동화시스템에 투자한 업체 비율이 2000년 12%에서 지난해 25%로 치솟았다면서 음성기술시장이 올해 4억8500만달러에서 오는 2007년 거의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음성자동화시스템은 과거의 거드름 피우는 로봇식의 응답과는 전혀 다르다. 핵심어와 구절을 들어 조합해 반응하는 방식의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친근한 대화체로 호출인으로 하여금 요청 내용을 말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요청을 들으면 이 시스템은 번호를 알려주거나 e트레이드의 경우처럼 주식정보를 알려준다. 장거리전화회사인 AT&T는 지난 4월 모든 주말 및 저녁 서비스는 물론 주중 서비스의 일부를 음성자동화시스템으로 바꾼 뒤 무료 전화번호 안내원의 거의 절반인 200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