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영 한국전산원장 ssy@nca.or.kr
최근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이 분석한 ‘인터넷 강국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1위), 인터넷 이용시간(1위), 인터넷 이용자수(4위), 국가 도메인수(5위) 등 인터넷 부문에서 세계 최강의 수준에 올라있다고 한다.
성공비결을 분석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직접 조사단을 파견해 사례조사를 하는 일이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OECD 브로드밴드(Broadband) 워크숍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돼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발전상을 국제무대에 소개한 바 있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는 사례 분석을 위한 연구진을 보내는 등 한국의 초고속인터넷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의 실상을 보면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은 세계 최고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장비 개발 및 활용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즉 앞으로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장비기술 및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 돼야 한다. 아무리 훌륭하게 건설된 정보고속도로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외산 제품에 의해 구축되고 고성능의 자동차, 즉 첨단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가 적시에 개발·제공되고 활용되지 않는다면 정보고속도로 구축의 성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캐나다·유럽·일본 등 국토가 넓거나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들은 망 구축보다는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망 구축이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도 정보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알고 초고속인터넷망의 구축을 서두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인터넷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정책 지원 등의 활동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현재의 인터넷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국가차원의 IPv6 보급 및 확산에 초점을 맞춰 ‘IPv6 프로모션 카운실(Promotion Council)’을 중심으로 공동 추진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최근 폐막된 ‘넷월드인터롭2002도쿄’에서는 대규모 IPv6 쇼케이스를 공개한 바 있다. 미국은 정보기술(IT)의 강점을 바탕으로 장비,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 및 첨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표준화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는 차세대인터넷에서의 핵심 서비스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대상으로는 인터넷 주소자원 한계를 극복하고 품질·보안·이동성이 지원되는 IPv6 관련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이용자간 콘텐츠 및 정보의 공유를 촉진하고 상호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P2P(Peer to Peer) 관련 애플리케이션, 멀티캐스트 기술을 활용한 고품질 인터넷 방송, 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이 있다.
이미 구축한 망을 최대한 활용하되 과거와 같이 가입자가 단순 이용자가 아닌 공급자 겸 소비자(prosumer)가 되도록 하는 솔루션이 주류가 돼야 한다. 또한 차세대인터넷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IPv6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상용화에 앞서 IPv6 장비 및 애플리케이션간 상호 운용성 검증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능성 및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쇼케이스 구축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
인터넷에서의 세계 최고 수준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기술에 대한 미래설계, 과감한 투자, 적시 상용화 등이 1등의 요건이다. 이러한 일은 예지와 용기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서비스 기반인 초고속인프라가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세계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지금이 바로 한국적 차세대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적용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