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탐사(RS)와 위성영상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공간영상정보사업이 민간에 이양된 지 만 2년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흐지부지됐고 참여업체 가운데 하나는 도산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들려올 만큼 자금난과 수익성 악화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지난 2000년 감사원은 당시 확보된 기술이 미흡하고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시범사업을 중지하고 적용기술과 적합한 방법을 다시 강구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은 그간의 투자와 노력을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면서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국가 최고사정기관인 감사원의 결정에 승복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에서 관련업체들은 위성영상을 활용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최첨단 3차원 그래픽 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위성영상기반 GIS솔루션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위성영상데이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성 한 기를 개발, 궤도에 올리는 데까지는 78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적은 지역에 활용도를 검토하는 보고서 생산형 연구프로젝트로는 수천억을 들여 쏘아올린 위성의 의미가 퇴색될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오는 2004년에는 KOMPSAT 2호가 발사된다. 위성발사 후에 활용성을 찾는다면 너무 늦는다. 미리 미리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시장성을 검증할 수 있는 프로젝트 개발에 정부가 예산을 책정해야 할 때다.
그러나 정작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감사원의 호령이 무서워 사업수행에 차질을 빚는 듯하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실리와 명분을 차치하고라도 감사원 지적을 받은 내용과 유사한 사업을 전개하기에는 더이상은 눈치가 보인다”며 설레발을 친다. 전문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의 시대착오적인 감사가 족쇄로 작용하는 폐단이 여실히 드러나는 단면이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조장하는 감사원이 되기보다는 행정관리상의 모순이나 문제점 개선을 통해 국정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