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사상최대 파산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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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월드컴이 마침내 파산보호 신청의 길을 걷게 됐다.

 블룸버그·AP·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21일(현지 시각) 미국 제2의 장거리전화업체이자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월드컴 이사회가 회사의 파산보호 신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월드컴은 맨해튼 법원에서 미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절차를 밟게 된다. 회사의 자산과 부채는 각각 1039억달러와 330억달러로 월드컴의 자산과 부채 규모는 미 기업 파산보호 신청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회사 존 시즈모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산보호 신청 후에도 통상적인 비즈니스는 계속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 비핵심사업은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핵심사업인 장거리전화 비즈니스 MCI와 인터넷부문인 UUNet을 제외한 중남미 비즈니스와 무선재판매부문은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레드 번스 대변인은 “파산보호 기간에도 비즈니스가 정상적으로 계속 되며 파산보호 신청이 회사의 국제 비즈니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왜 파산보호를 신청했나=월드컴은 파국으로 가는 길을 피하기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 연방파산법 제11조에 따라 월드컴은 파산보호 신청 후에도 부채상환 계획을 제출하는 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계속 영위할 수 있다. 연방파산법에 따르면 파산보호 신청을 한 기업은 120일 내 회사재건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파산법원은 기업의 규모가 크고 사안이 복잡할 경우 제출시한을 연기해주기도 한다.

 가트너그룹은 월드컴이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 지원과 함께 강도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60%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이 운영자금 지원과 함께 33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일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경제계와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2의 장거리전화사업자이자 미 전역 인터넷 통신망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월드컴은 지난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039억달러의 자산보유를 신고, 지난해 12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보다 자산 규모가 약 400억달러 더 많다.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월드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2000여만명의 가입자와 수천개 기업이 당장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금융주 하락과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되는 등 상황에 따라서 미 경제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특히 미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도쿄환시에서 달러화는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접한 일본계 거래자들이 매도세에 대거 나서면서 달러당 116엔 아래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시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 월드컴에 대출해준 27개 은행은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이 발표되면서 월드컴에 빌려준 자금의 회수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월드컴 파산으로 일본 은행들이 입게 될 피해액은 엔론의 1000억엔에 비해 적은 최대 400억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에 미치는 영향=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이 월드컴의 경쟁업체인 AT&T·스프린트 등 통신장비공급업체에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드컴 고객사나 정부 기관들이 전화 및 데이터 전송 등의 서비스를 월드컴의 경쟁업체로 돌릴 경우 시스코시스템스·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에나 등은 혜택을 입지만 월드컴의 광섬유장비공급업체인 노텔네트웍스와 인터넷 연결장비를 공급해온 주니퍼네트워크 등은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월드컴이 파산보호 절차의 진행방법과 정리시기를 어떤 방식으로 정할 것인지 결정하기 전까지는 공급업체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월드컴은 어떤 회사인가=월드컴은 버나드 에버스 전 CEO가 주도한 일련의 기업합병 작업으로 약 70개 기업을 거느린 통신공룡으로 성장했다. 지난 83년 장거리통신 할인서비스로 출범해 2년 후 교사 출신의 에버스가 CEO로 취임하면서 사세가 급팽창, 90년대 들어 하이테크 열풍에 힘입어 업계 사상 전대미문의 대규모 거래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97년에는 BT와 GTE를 따돌리고 370억달러에 당시 미국의 제2 장거리전화회사이던 MCI를 전격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세를 몰아 2000년에는 스프린트까지 인수하려 했으나 독점금지조항에 걸려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이익이 적은 통신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 및 데이터 전송 등 현대식 통신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개시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경영으로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에 직원은 8만5000명에 달했으며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352억달러에 이르렀다. 수익도 14억달러에 달했다.

 당초 LDDS던 사명을 지난 95년 월드컴으로 바꿨으며, 97년 기준 미국 장거리전화시장의 5%를 점유했다.

 월드컴은 데이터 전송 및 전화서비스와 함께 웹·컴퓨터 네트워크 관리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프로토콜의 하나를 운용하고 있으며, 웹호스팅회사인 디젝스 지분의 94%를 보유하고 있고, 브라질 장거리전화회사 엠브라텔파티시파세오 지분의 52%도 확보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