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인터큐브 사장 whkang@intercube.co.kr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을 안겨줬다. 붉은 물결 속에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의 외침속에 우리는 하나가 됐고 그 결과 세계속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으로 우리는 15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봤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평가가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웃소싱’과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한 대회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월드컵 도전 48년 동안 한번도 본선 무대에서 이겨보지 못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결단으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출신의 거스 히딩크를 ‘아웃소싱’했다. 바로 3년 전 우리 팀을 ‘5대0’의 절망적인 스코어로 무릎꿇게 했던 ‘적장’(敵將)을 과감히 영입한 것이다.
히딩크 곁에는 또 다른 ‘외인구단’이 있었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의 핌 베어벡 코치와 트레이너인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그리고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등 스페인의 명문 클럽에서 경력을 쌓은 아노 필립 물리치료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토종 코치·트레이너·의료진과 힘을 합쳐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과 컨디션으로 뛸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냈다. 대한축구협회가 우리끼리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는 고집을 깬 뒤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이뤄낸 결과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1세기에 벤처와 대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아웃소싱(outsourcing)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 내부의 프로젝트를 자체 해결하는 인소싱(insourcing)의 반대말로 필요한 부분을 제3자에 위탁해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그간 아웃소싱을 ‘외주’나 ‘용역’이라는 말로 국한지어 왔다. 기껏해야 빌딩청소나 경비, 손님 안내 등의 허드렛일을 외부 용역회사에 맡기는 일 정도로 생각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웃소싱을 다시 봐야 할 때가 왔다. 허드렛일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중요한 핵심기능도 외부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때 한국 축구와 같은 기적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국내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아웃소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웃소싱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의 선택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회사는 개발비용, 생산회사는 생산비용, 그리고 유통회사는 유통비용만을 책임지기 때문에 시장진입에 실패한 제품은 쉽게 떨쳐버리고 새 제품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핵심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조차 아웃소싱을 도입하고 있다. 비메모리반도체 인력과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아웃소싱은 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까지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그만 벤처에서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 계열사에서 하청생산하는 형태의 시도도 나오고 있다. 아웃소싱은 아직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가 지난해 국내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9%가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대부분 청소나 경비, 단체급식 등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미국의 500대 기업 중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비율은 92년 이미 58%를 넘어 96년 86%, 지난해에는 93%에 이른다. 나이키와 델컴퓨터가 짧은 업력에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 바로 아웃소싱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 회장은 “아웃소싱은 나의 음지를 남의 양지화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월드컵을 마치며 우리 회사안의 음지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살펴 보자. 그 안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