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이은 수출 효자품목인 국내 PC산업이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흐름인 노트북PC 위주로 구조조정을 이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메이저들에 비해 너무나 열세다. 더욱이 최근에는 내수시장에서 마저 해외 메이저들에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삼성은 지금 수익성이 높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브랜드 마케팅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ODM방식으로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다.
삼보컴퓨터는 노트북PC로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삼보는 노트북PC가 대세인 시대조류에 밀릴 경우 영원히 낙오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데스크톱PC 위주로 니치마켓을 공략하며 성장해온 중견·중소업체들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노트북PC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데스크톱PC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PC업체들이 이처럼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들에 완전히 밀려났고 ODM 시장에서는 대만의 군단에 눌리고 있다. 어느 쪽으로도 확실한 승산이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버렸다. 국내 PC산업이 이처럼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았던 내수시장에 안주하려했기 때문이다.
한때 브랜드시장에서 명성을 누린 대만업체들은 과감히 브랜드를 포기하고 재빠르게 ODM방식으로 전환, 세계 PC 제조기지로 부상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연연하며 해외에서도 중저가 브랜드 사업을 고집해왔다. LG전자만이 뒤늦게나마 ODM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세계적인 제조업체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이다.
한국은 LCD·모니터·CD롬·메모리 등 PC관련 부품과 주변기기의 세계 최대 공급기지다. 본체 수출의 4배에 달한다. 이들 제품은 PC기술과 궤를 같이한다. PC산업의 뒷받침없이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국내 PC산업 생존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정보가전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