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C시장이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두 PC 거인인 히타치와 샤프가 PC·서버·노트북 등 컴퓨터 생산 전반에서 협력키로 하고 손을 맞잡았다. 또 이보다 앞서 NEC는 또 다른 메이저PC업체인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으로 기업용 PC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일본 PC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위축과 맞물린 수요 부진과 극심한 가격경쟁 등으로 일본 PC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며 “히타치-샤프 제휴와 같은 또 다른 메이저 PC업체간 생산협력, 포괄적 제휴, 합병 같은 빅뱅 조징이 7, 8개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일본 PC시장에 일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히타치-샤프 제휴 내용=판매 약화와 극심한 가격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양사는 ‘생산 협력’이라는 카드로 불황 탈출구 찾기에 나섰다. 양사는 이번 동맹으로 OEM 조건으로 각자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 분야에서 제품을 생산, 상대방 회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고성능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버를 생산, 샤프에 제공하며 대신 샤프는 노트북PC를 생산해 히타치에 공급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오는 가을부터 시행되는데 우선 기업용 컴퓨터 부문에 한정된다. 양사 관계자는 협력 초기 연도 각자가 공급하는 컴퓨터 물량이 수천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양사는 이번 협력을 확대, 기업용 PC뿐 아니라 가정용 PC 생산도 협력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PC부품의 공용화까지 생각하는 포괄적 제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양사 관계자는 “이번 협력이 양쪽 모두의 컴퓨터 제조비를 절감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NEC, 미쓰비시·히타치에 기업PC 공급=작년에 PC부문을 분사한 NEC는 최근 OEM으로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에 기업용 PC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쓰비시와 히타치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생산을 NEC에 기업용PC 생산을 맡긴 데 따른 것인데 NEC는 점차 일본의 다른 PC업체에 PC나 서버를 공급, 일본내 최대 컴퓨터 OEM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홍역 앓는 일본 PC시장=작년 회기 동안 일본 PC출하량은 전년보다 12% 하락한 1068만대에 그쳤다. 이는 일본전기전자연합회가 통계를 낸 지난 1978년 이래 24년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일본 PC업체들은 출하량 감소뿐 아니라 가격하락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도 신음하고 있다. 반면 저가PC로 무장한 델컴퓨터 등 외국계업체들은 일본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봉착한 일본 PC업체들은 수익성 향상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아웃소싱 확대 △생산비와 연구개발(R&D)비를 절감하기 위한 생산 공유 등에 나서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