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신업계 월드컴 폭풍>(2)월드컴 생과 사의 갈림길

사진; 지난 21일 미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직후 기자들에게 회사 회생 방안을 설명하는 존 시지모어 월드컴 CEO 미 월드컴이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낸 지난 21일(일요일) 밤. 파산법원 판사 아서 J 곤잘레스가 제일 먼저 취했던 응급조치는 7억5000만달러의 긴급 금융지원을 승인한 것이었다. 이로써 월드컴은 최악의 위기를 넘겼다.

 최근 월드컴에는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410억달러(약 47조56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으라는 요구가 빗발쳤었다. 그러나 “회사 금고에 남아 있던 돈은 고작 2억달러에 불과했다”고 월드컴 측 변호사 마샤 골드스타인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의 화의제도와 비슷한 미국 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 회수를 일정기간 동안 면제하는 것은 물론 이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최악의 부도사태를 막아야 했던 월드컴의 입장으로서는 위기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시간을 번 셈이다.

 이어 채권단이 총 2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자금지원을 약속한 것도 월드컴의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월드컴의 존 시지모어 CEO는 “일부 비 핵심 사업은 떼어내고 기업 대상의 통신 사업과 인터넷 서비스 등에 주력해 최단 시간 안에 회사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월드컴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살아남더라도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최근 미국 장거리전화 회사들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불황 등으로 그 동안의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

 월드컴과 AT&T, 스프린트, 퀘스트 등 장거리전화 업체들이 최근 5년 동안 광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쏟아 부은 투자자금이 약 900억달러(약 104조4000억 원)에 달하는 데 현재 수요는 데이터 전송용량의 2.5∼5%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장거리전화 회사들은 최근 극심한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전화 요금이 폭락해 휴대폰은 물론 시내전화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장거리전화 업체들이 모두 수익성 악화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중에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월드컴의 생존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컨설팅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최근 펴낸 보고서(WorldCom Crisis: Implications for Enterprises and Venders)를 통해 월드컴이 독립 회사로 존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60%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채권단이 추가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현재 410억 달러에 이르는 채권의 상당 부분을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보고서는 만약 월드컴이 채권단의 내부 갈등 등으로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4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월드컴은 다른 통신 회사에 피 인수·합병(M&A)되어야 하지만 막대한 부채 규모 때문에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여력이 있는 회사를 찾기 어렵고 장거리전화와 인터넷 등 핵심 사업부를 별도로 매각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또 현재 월드컴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기업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른 통신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월드컴과 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6개월 단위로 체결할 것을 권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