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장비 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4일 미쓰비시·후지쯔·NEC 등 일본의 주요 전기·전자업체의 통신장비부문이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일본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붕괴로 세계 각국 통신회사로부터의 수주가 격감한데다 현재로서는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통신장비 시장 불황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일컬어졌던 반도체 시황 이상으로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장비 업체들은 불황의 장기화를 각오하고 ‘NTT만 쳐다보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인력감축, 사업재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의 이토 요시부미 상무는 “시황에 굴곡이 있는 반도체 시장이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통신사업부문은 지난해 902억엔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액은 반도체 사업보다 100억엔 더 많았다.
휴대폰 등 단말기와 광섬유나 인터넷 관련 장비·교환기 등 통신장비 부문은 90년대 연간 수%의 성장을 계속하다 IT 거품이 일던 2000년 후반에는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생산액도 작년 중반까지는 매월 3000억엔 정도에 달했으나 그후에는 2000억엔 정도로 격감했다.
일본 업계는 특히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월드컴의 파산 등으로 IT거품이 한창 터지는 중이고 유럽 통신업계는 차세대 휴대전화의 주파수 경매입찰에 30조엔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투자여력이없는 상태다.
일본 국내에서도 최대업체인 NTT의 금년 설비투자는 실적악화로 4000억엔을 축소했던 작년과 비슷한 2조3000억엔으로 부진한데다 그나마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등 해외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IP전화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NEC·후지쯔·오키전기공업·히타치제작소 등 ‘NTT패밀리’는 NTT 이외로부터의 수주를 늘려야 할 형편이다.
오키전기는 일반기업에 대한 IP전화 접속기 판매를 늘리기 위해 4월에 전담부서를 신설했으며 후지쯔는 통신에 새로 참여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업무를 겸한 장비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NEC는 지난 4월 유력 통신장비 업체로는 처음으로 미야기현과 야마나시현에 있는 광시스템 장치 제조부문을 캐나다의 전자장비수탁생산서비스(EMS) 업체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작년 통신관련 부문에서 2500명을 구조조정했다.
작년에 8400명을 구조조정했던 후지쯔도 곧 또 한차례의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전기·전자업체들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거액의 특별퇴직금을 계상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상태다. NEC 관계자는 “반년 전에만 해도 올 하반기에는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의 상황을 보면 올해안에는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비용절감을 추진, 불필요한 설계를 중단하는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