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메이저 `끝없는 악몽` 인터넷·컴퓨터 회생 조짐

 통신 업계가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실적을 공시한 AT&T, 루슨트, 코닝 등 통신 업체들도 대부분 최악의 손실과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아마존,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 페어차일드세미컨덕터인터내셔널 등 다른 분야 업체들은 비록 소폭에 머물렀지만 개선된 실적을 내놓아 대조를 보였다.

 ◇통신 업계의 계속되는 악몽=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일부 자산의 평가절하를 포함해 127억달러에 이르는 큰 폭의 손실을 공시했다. 이같은 손실은 이동통신 및 전자우편 가입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치열한 경쟁과 과잉 용량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AT&T측은 “휴대폰 및 전자우편 가입자들의 이탈률이 줄어들고 있다”며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79억1000만달러(주당 2.31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동기 기록했던 32억4000만달러 순손실 규모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별손익을 제외한 손실은 5억600만달러(주당 16센트)였으며 매출은 29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5%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루슨트는 9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전체 인력의 15%를 감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감원에 따라 3분기 8억800만달러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하지만 연간 7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광섬유업체인 코닝은 3억7000만달러(주당 39센트)의 순손실을 보였다. 이는 작년동기 48억달러(5.13달러)보다는 크게 개선된 것이지만 이번 실적에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4억9400만달러의 비용과 채무환매에 따른 6800만달러의 수익이 포함된 것이다. 매출은 8억9600만달러로 작년동기 대비 52%나 감소했다.

 코닝측은 “통신분야의 지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감원 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도 계속되는 통신 분야 지출 감소로 8억2500만∼8억7500만달러에 머물러 특별손익을 제외한 손실이 주당 7∼10센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나마 SBC커뮤니케이션스는 작년동기 대비 11% 줄어든 18억4000만달러(주당 55센트)의 순익을 공시했다. 특별손익을 제외할 경우 주당 수익은 61센트다. 매출은 131억달러로 전년동기 136억달러보다 감소했다. SBC측은 “월드컴 파산에 따른 추가 유보금 때문에 수익이 8400만달러 정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주당 2.26∼2.35달러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컴퓨터 업계 줄어드는 손실폭=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점인 아마존은 손실이 9400만달러(주당 25센트)로 작년동기 1억6800만달러(주당 47센트)보다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매출과 중고제품 사업이 호조를 보인데다 순익 마진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매출은 8억600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21% 증가했으며 특별손익을 제외한 손실은 400만달러(주당 1센트)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6센트의 손실을 예상했었다.

 세계 유수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CA는 순손실이 6500만달러(주당 11센트)로 작년동기 3억4200만달러(주당 59센트)에 비해 개선됐다고 밝혔다. CA측은 이같은 실적은 경비절감과 가입자 기반 대금지불 방식의 도입에 힘입은 것으로 설명했다. 매출 역시 7억6500만달러로 작년동기 7억1200만달러보다 증가했으며 특별손실을 제외할 경우 주당 2센트의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작년동기 24센트의 손실을 기록했었다.

 페어차일드는 7500만달러(주당 7센트)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는 작년동기 5800만달러(주당 6센트)에 비해 소폭 개선된 것이다. 매출은 3억6050만달러로 작년동기 3억7240만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당초 월스트리트는 페어차일드가 주당 4센트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회사는 3분기의 경우 80%의 선주문을 미리 확보해 2분기보다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회계부정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전자·보안·일회용의료기기 업체인 타이코는 23억2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9개월간 기록된 순손실이 72억9000만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한해 전 같은 기간 25억9000만달러의 순익과 비교된다. 타이코측은 지난달 종료된 사업분기 실적에서 투자 손실분과 구조조정 비용을 비롯한 기타 경비를 제외할 경우 흑자라고 강조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