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트 5세대 TFT LCD 선점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스크톱·노트북·휴대폰 등의 모니터로 사용되는 TFT LCD가 침체의 늪에 빠진 IT산업을 견인하는 등 한국 경제호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성장엔진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포스트 5세대(6세대 라인 이후) TFT LCD 시장 선점경쟁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본다. 초대형 유리기판을 투입, 대면적 TFT LCD패널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포스트 5세대 헤게모니 쟁탈전이 세계 TFT LCD 시장판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정보전자 소재사업은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성장성이 높은 TFT LCD산업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을 리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1000×1200㎜ 5세대 라인(P4) 가동에 이어 유리기판 규격이 다른 5세대 라인(1100×1250㎜:P5)에 1조4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힌 LG필립스LCD와 9월초에 5세대 라인을 가동하는 등 순차적 투자를 확대키로 한 삼성전자의 TFT LCD 설비투자를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시장 전망도 밝다. 가시밭(IT산업)에서 피어난 한 떨기 장미가 TFT LCD라고 표현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일반 기업들이 IT 투자를 재개할 경우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등 TFT LCD 시장전망은 매우 밝다고 예상하고 있다.

 TV용 LCD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 역시 호재라 아니할 수 없다. 시장진입에 성공한 올해 160만대로 예상되는 LCD TV 시장규모가 내년에는 330만대로 늘어나고, 6세대 TFT LCD라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2004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포스트 5세대 헤게모니 쟁탈전에 나선 모든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TV 생산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0.4∼20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트북 및 모니터용 LCD와 달리 20인치 이상이 주종을 이루는 TV의 경우 5세대 이하 제조라인에서는 생산성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포스트 5세대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시장을 주도하는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이다. 5세대 라인을 먼저 가동한 일부 업체가 다소 앞서고 있지만 승패는 6세대 이후에서 갈라지게 된다.

 문제는 시장과 가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5세대 라인이 줄줄이 가동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내년 상반기 말부터는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LCD가격이 하락하고 채산성이 악화돼도 줄잡아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설비투자 비용충당을 차질없이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FT LCD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성장엔진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포스트 5세대에 대한 설비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