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성공한 기업 리더들의 특징

 ◆조덕운 매크로비즈니스네트워크 사장 dcho@mbn-group.com

2002년 월드컵 이후 ‘히딩크식 리더십’은 경제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여러 단체에서 연일 경영자의 리더십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런 자리를 통해 국내 기업의 리더들은 과거 리더십에 대한 문제점과 새로운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정리해보는 기회로 삼고 있다. 월드컵이 남긴 또 하나의 수확이라 하겠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정(情)적으로 상당히 모범적인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승리에 환호하며 아버지에게 안기듯 히딩크 감독의 품으로 뛰어들던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전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릭 콜린스의 명저 ‘Good to Great’에 제시된 성공한 기업의 리더들과 흡사한 모습이다. 콜린스 교수는 그의 저서에 바람직한 리더 상에 대해 명료하게 정의해놨다.

 이 책은 미국의 대다수 상장기업의 4년여에 걸친 수행결과를 객관적인 자료조사 방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을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 경영에 관한 책이 저자의 제한된 경험과 관측을 바탕으로 쓰인데 반해 이 책이 제시하는 주장은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공한 12개 회사의 공통된 성공요인 중 첫번째로 회사의 책임자를 꼽았다. 즉 CEO가 기업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콜린스 교수의 저서에 의하면 위대한 회사들의 사장은 한결같이 소위 ‘레벨5’의 통솔력을 지니고 있다. 레벨5는 태권도 5단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5단급 지도자의 특성은 겸손하고, 카리스마적이 아니며, 우수직원을 찾아 모아서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안정된 업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위대한 회사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위대한 지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나아갈 길을 분명히 제시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여 목표를 향하여 돌진하는 패튼 장군식의 CEO가 필수적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또 많은 CEO들이 이러한 모델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그러한 방향으로 드라이브하기도 한다.

 그러나 콜린스 교수는 그러한 CEO들이 이끌었던 많은 회사들이 한때는 성장하다가 그 사람이 사라지면 임직원들은 방향과 모멘텀을 쉽게 잃고 추락의 길을 걸었다고 지적한다. 좋은 예가 리 아이아코카가 이끌었던 크라이슬러다. 이 회사는 아이아코카 퇴장 후에 경영위기를 겪으며 독일의 다임러에 합병되었다.

 5단급 경영자는 강력한 전문성과 개인적 겸손함이 잘 조화된 인물일 것이다. 그는 좋은 회사가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인 촉매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수한 결과를 유도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장기적인’ 최선의 결과를 낳기 위해 필요한 경영조치를 고집을 가지고 철저히 시행해 나가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목표설정이나, 전 회사 임직원이 자신의 기준을 수용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자기의 포부를 개인적 욕심 대신에 회사의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하며, 단기간의 결과보다 다음 세대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더 부지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 결과에 대하여는 자신보다 임직원에게 그 공을 돌리는 겸손함을 갖춘 외유내강형의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5단급 지도자가 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을 겸손히 하고 자신의 생각과 포부를 앞세우기보다 능력있고 비전을 가진 임직원들의 팀워크를 북돋아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강한 집중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제 한국의 경영인들 특히 젊은 벤처인들도 잘못된 CEO의 이상형에서 탈피하여 참된 5단급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이러한 ‘참되게 위대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올 때에 한국에서도 많은 위대한 회사와 조직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