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용 솔루션기업인 SAP의 아시아태평양 회장인 한스 피터 클레이의 한국나들이가 빈번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SAP코리아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다.
SAP코리아는 지난해 4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5월 말에는 최승억 사장의 사임으로 리더가 사라졌다. 또한 SAP코리아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아태지역 SAP 비즈니스 콘퍼런스인 ‘사파이어’를 성공리에 개최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특히 사파이어는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다국적 IT기업의 아태지역 행사로서 SAP코리아가 차지하는 SAP그룹 내 입지와 IT코리아의 위상을 한 단계 상승시킬 것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따라서 SAP코리아의 2002년은 국내 진출 7년사에 있어 ‘도약’과 ‘퇴보’를 가름할 중요한 한 해다. 클레이 회장의 잦은 방한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클레이 회장은 SAP코리아의 매출증대와 사파이어 행사준비를 독려하고 있으며 SAP코리아 신임대표 선임을 선결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지난달 초 서울에 들어와 “SAP코리아 내외부를 구분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새로운 지사장으로 선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달 24일에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같은 클레이 회장의 바쁜 발걸음은 SAP코리아 임직원에게도 전이되는 모습이다. SAP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국지역 고객사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안정적인 사후관리(AS)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SAP는 삼성전자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하며 한국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삼성전자라는 대형 레퍼런스를 확보함으로써 ‘최고의 ERP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국내에 심을 수 있었다.
SAP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승승장구해온 SAP코리아에 찾아온 위기가 고객사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SAP솔루션을 채택한 기업들의 IT컨설팅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SAP의 위기는 일순간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하루빨리 SAP코리아가 안정기에 접어들기를 기대해본다.
<엔터프라이즈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