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 한국적 온라인 게임

◆재미창조 박현식 사장 phs@jmcj.co.kr

 게임산업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산업의 약점과 문제점을 얘기한다는 것이 주변의 시선에도 무척 신경쓰이는 일이다. 사실 온라인 게임산업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장밋빛으로 포장한 긍정적인 주장을 펼친다 하더라도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분야에 오래 종사해 온 사람들에 비하면 겨우 2년 남짓의 경험이야 보잘 것 없지만 게임을 정말 좋아했고 또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 입장에 서서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면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단지 유저 입장이 아니라 돈이 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 입장에 서 있다는 이유로 그 아쉬움의 무게는 때때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겁다. 그 아쉬움을 파헤쳐 가면 누구를 탓하는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준엄한 반성이자 또 게임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모든 종사자들이 되짚어 보아야 할 얘기로 귀착된다.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우리는 ‘우리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원칙 중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잿밥의 논리에만 솔깃해 왔던 것은 아닐까.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머드(MUD)에서 소급하던, 혹은 최초의 머그(MUG)를 출발로 잡던 대략 10여년 남짓으로 본다면 그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발된 많은 온라인 게임은 하나의 독특한 범주 속에 머물러 왔다. 소위 폭발적인 성장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 요소를 어떤 형태로든 모방, 복제, 양산해 온 것이다. 그 흐름을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면 어떤 사업철학도, 신념의 향기도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잿밥에 군침 흘려온 장사치의 자화상을 훨씬 더 강하게 느낀다. 소위 세계 온라인 게임을 주도한다는 한국적 온라인 게임은 그렇게 일그러져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개발을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운 열정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온라인 게임산업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기꺼이 동의한다. 이 순간에도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개발자들의 몸부림이 결국 온라인 게임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에도 동감한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냉철히 돌이켜 보면 이 분야의 열정은 이제 훨씬 프로답게 냉철히 다듬어져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다.

 우선은 개발자들의 이상한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미를 창작하는 전문기술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개발자의 고립된 자존심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까지 열악한 개발환경과 여건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것이 개선된 상황이 오더라도 기술 중심의 관점을 고수하면서 ‘재미의 핵심 요소’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한 진보는 그만큼 느려질 것이다. 카메라 촬영기술, 편집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평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이제 깊이 파고들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늘 유럽의 신화들 근처에서만 맴돌 수는 없는 일이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선진화된 타 장르의 경험을 통해 흥행의 원천인 재미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게임산업은 늘 개발기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그 동안 그 부문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일을 너무 게을리 해왔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의 핵심에 관한 한 우리보다 한 걸음 더 나가있는 외국 게임들이 이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재미’의 형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들의 순순한 열정만으로 일구어 온 ‘한국적 온라인 게임’은 이제 땅 속에 묻을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리 자신이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타적이고 오만했던 태도와 나태함을 벗고 진정한 온라인 게임의 패러다임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갈 때 장밋빛 미래는 더 이상 환상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