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본사 이천공장에서 열린 하이닉스 임시주총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국회의 좋지 않은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하이닉스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주총이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지만 하이닉스 임시주총은 기대 이상의 흉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때문에 임시주총은 9시간 40여분 동안 상식을 벗어난 파행을 거듭하며 갖가지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흥분한 주주가 단상을 검거해 연좌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오후 3시 20분께 시작된 세 번째 정회는 폐회가 선언되기 직전인 오후 7시 42분까지 무려 네 시간 이상 계속되기도 했다. 점심식사로 하이닉스 측이 참석한 주주들에게 빵을 제공하자 무성의하다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고, 저녁식사 시간을 넘기도록 주총이 난항을 거듭하자 회사 측은 구내식당을 개방해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또 자정이 넘도록 안건 승인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지 않으면 주총 자체가 무효화할 것으로 예상한 소액주주들은 네 시간 이상 계속 된 정회 중에 주총 지연에 대해 불평 한마디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단상 점거로 단상에 오르지 못한 의장은 돌연 뒷문으로 입장해 입구 언저리에 선 채 30여초 만에 표결에 따른 안건처리 결과와 폐회를 선언하며 황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제지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고함을 치며 뒤따르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안건이 기습적으로 처리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날 처리하려던 4개의 의안 중 3호와 4호 의안은 제대로 상정도 되지 않은 채 채권단(대주주) 대리인들만의 투표로 통과됐고, 의장은 자신의 분신인 의사봉을 폐회 시 두드려보지도 못하는 등 기록을 남겼다.
이 여파로 속기사의 PC가 격분한 소액주주들의 손에 들어가는 등 임시주총은 파행 그 자체였다.
파행의 원인은 하이닉스 경영진과 채권단,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 모두에게 있다. ‘해볼테면 해보라’식의 대주주인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의 감정대립이 그 원인이며, 단서를 제공한 하이닉스 경영진 또한 원인이 됐다. 이번 주총은 세계 3위의 메모리업체가 가진 임시주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산업기술부·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