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시라크 대통령 저격사건으로 주목 받는 극우 웹사이트들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시라크 대통령 저격사건을 계기로 유럽의 극우 웹사이트들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웹사이트들이 신나치주의자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극우 세력들에게 국경을 초월한 활동무대를 제공해줌으로써 이번 저격시도에서 보듯이 전 유럽으로 테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AFP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법무장관 도미니크 페르벵은 지난 14일 프랑스혁명기념 군사 퍼레이드 도중 발생한 시라크 대통령 저격시도와 관련해 앞으로는 방위연합그룹(GUD)이나 래디컬 연합(unite radicale)과 같은 프랑스 극우단체 소속 웹사이트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저격사건을 일으킨 막심 브루네리가 이들 극우단체 웹사이트들의 열성 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데다 래디컬 연합과 같은 단체는 그의 저격시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점증하는 극우파 웹사이트들의 활동에 비춰볼 때 이런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개별국 차원의 대응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브루네리는 자신의 저격시도가 있기 하루 전 그 저격계획을 프랑스가 아닌 영국의 극우 웹사이트에 알림으로써 유럽의 극우 웹사이트들이 활동면에서 이미 국경을 초월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는 ‘컴배트18’이라는 영국의 신 나치주의 그룹이 운영하는 웹사이트(bloodandhonour.com)를 통해 ‘이번 일요일 TV를 보라. 내가 스타가 돼 있을 것이다. ZOG에게 죽음을, 88’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ZOG란 유대인이 점령한 (유럽)정부를 나타내는 말로 신나치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유대인 세계 지배 음모론을 상징하는 단어다. 8은 알파벳의 여덟번째 문자인 H로 88은 HH, 즉 ‘Heil Hitler’가 된다. 컴배트18은 이런 브루네리의 메시지에 화답, 실제로 그가 시라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체포된 직후 그를 영웅시하는 각국 신나치주의자들의 환호성을 전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 신나치주의자의 말을 인용해 브루네리의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애국열사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선동하고 있다.

 물론 유럽의 극우세력은 극소수이고, 이들의 웹사이트가 갖는 영향력 또한 제한적이다. 그러나 현대처럼 복잡한 전자사회에서는 이런 극소수의 움직임조차 의외로 엉뚱한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한가지 엉뚱한 예로 이번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하자 모스크바에 폭동이 발생한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컴배트18 멤버의 상당수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영국의 축구 훌리건 조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 훌리건 조직은 조직방법에서부터 실제 전투(?)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를 비디오나 인터넷으로 유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런 영국 훌리건 사이트에 가장 열심히 찾아오는 고객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인들이다. 이런 이유에서 모스크바에서 폭동이 났을 때 영국 언론들은 잘못된 훌리건 문화와 인터넷으로 영국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고 개탄한 적이 있었다.

 누구도 극우 웹사이트들과 모스크바 폭동이 관련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시라크 대통령 저격 기도를 놓고 극히 일부에 불과한 유럽의 극우 웹사이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