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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키로 한 소매사이트 아마존(http://www.amazon.com)의 결정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넷(http://www.cnet.com)에 따르면 미국발 분식회계 부정여파가 세계 기업들의 신뢰도 위기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와 업계가 개선책을 찾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최근 미국 IT업계 최초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초부터 회사가 발행한 스톡옵션을 결산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만이 땅에 떨어진 기업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신속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비IT 분야에서는 이미 코카콜라·뱅크원·워싱턴포스트가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키로 결정했고 아마존도 이 흐름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이익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미 업계는 로비를 이용해서라도 관련 입법 노력을 무산시켜왔고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양의 스톡옵션을 발행해온 IT기업들은 앞장서서 반대해왔다.
IT업계로서는 능력있는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또는 종업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해 스톡옵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아마존은 말그대로 ‘다용도 당근’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현상황에서 스톡옵션은 IT업체들에 필요악임이 분명하다. 회사의 실적을 왜곡하고 불법회계를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활용도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 기업들로서는 스톡옵션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IT업체들이 입는 타격은 적지 않다. 예컨대 시벨시스템스의 경우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했다면 지난해 4억6700만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벨은 결산에서는 2억5500만달러의 순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아마존 역시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할 경우 지난해 손실이 5억6700만달러에서 9억6300만달러로 늘어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기업들에 있어 스톡옵션이 갖는 장점을 드러내 보이는 사례이기도 하다.
스톡옵션이 비용처리될 경우 업체들로서는 차라리 스톡옵션을 발행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기업들로서는 직원들에 대한 유인책으로 스톡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또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비용처리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베조스 CEO는 “기업에 대한 종업원 소유는 아마존의 신념이다. 그러나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도 미룰 수 없다”면서 “이를 도입해 강화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마존은 근로자들을 위해 스톡옵션 이외의 다른 보상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4∼6월) 실적 발표일 아마존의 주가는 급락했다. 해외매출 증가, 중고제품 판매사업 호조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손실이 훨씬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밝힌 스톡옵션의 비용처리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볼 때 아마존의 결정은 회사측에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아마존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이 흐름에 동참, 기업 회계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나아가 만신창이가 된 IT업계의 신뢰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