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진 한국CIO포럼 회장
7월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운동을 통해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져놓은 사람은 이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디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름 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체력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을 얼마나 잘 다져놓느냐는 그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을 갖추고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같은 차원으로 생각해볼 때 최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기본이 잘돼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분명히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SI기업의 가장 중요한 기초체력은 ‘품질’이라 할 수 있다. 완제품을 미리 볼 수 있는 제조업과는 달리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야만 최종 품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SI기업의 품질관리 능력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CMM을 비롯한 품질관리인증제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내부 조직 또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품질 향상에 노력하는 SI기업이 많아졌다. 하지만 SI기업의 품질 제고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SI업체에 있어 품질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만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따라서 품질인증을 위한 감사도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실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런 노력이 모든 프로젝트에 전파돼야 한다.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품질인증은 그 인증을 믿었던 고객에게 오히려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SI 프로젝트의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LGCNS가 국내 최대의 SI사업인 대법원 부동산등기부 전환 프로젝트에서 CMM 레벨3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사인 대법원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고객은 LGCNS의 품질 활동이 결국 자신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SI 프로젝트의 품질향상 활동은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만 프로젝트 진행과 함께 되면 상당히 귀찮고 어려운 작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MM이나 한국전산원의 기준에 따르면 SI 프로젝트 진행 중 변경사항이 생기면 고객들은 반드시 서면으로 요구사항을 제출해야 한다. 서면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구두로 간단히 전달하면 될 것을 굳이 서면으로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 필요성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결국 보다 나은 품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일이라고 납득시킴으로써 고객의 협조를 얻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SI 프로젝트의 품질향상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내부 프로세스 혁신이 뒷받침된 전직원의 참여다. 모든 경영혁신 활동의 성공 필수요건이 그렇듯 품질 활동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의 마인드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관리자가 있어도 시스템의 품질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일선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직원이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기꺼이 따르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문화가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직원들을 교육하고 내부적인 감사제도와 테스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의 “기본이 되는 것을 충실히 하고, 체력을 튼튼히 하자”는 교훈은 SI기업에도 적용된다. 기본을 충실히 한다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체력을 튼튼히 한다는 것은 ‘품질을 높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를 바탕으로 국내 SI기업들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