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공방에 묻힌 방송 현안

 방송업계는 물론 관계자들의 시선이 지난 26일 열린 문화관광상임위원회에 집중됐다. 최근 방송정책과 관련 다양한 이슈와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관광위원들 또한 새로 선임된 시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식과 유럽식을 둘러싼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문제,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한 끊이지 않는 잡음, 디지털 케이블TV의 표준화 문제, SO·PP간 불협화음,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간의 갈등 등 현안들은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새로 구성된 위원회의 첫날에 대한 관심은 바로 산적한 이러한 현안들을 점검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방송 현안 문제들이 정치공방에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밑바탕에 깔려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혹시나 했던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늘상 되풀이된 관행처럼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총 18명의 의원중 참석자는 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2명의 국회의원이 늦게 출석함으로써 간신히 상임위가 열릴 수 있었다.

 참석이 저조한 상임위의 활동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준낮은 정치공방이 문화부 보고에 이어 방송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강대인 방송위원장의 업무현황 보고가 끝나자마자 질의를 시작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앞선 문화부 업무현황 보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던 ‘이회창 후보 불가론’ 문건 개입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더구나 방송정책에 대한 질의에 나선 문화관광위 의원들마저 핵심을 짚지 못하고 신문에 나와 있던 내용을 반복해서 물어보거나 일반적인 수준에 그쳤다.

 원후반기에 구성된 문화관광위원회의 위원들이 새로운 얼굴들로 바뀌었지만 첫 임시국회에서 보인 의원들의 수준은 예전의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

 앞으로 대통령선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의원들이 산적해 있는 방송정책들을 풀어 나가면서 이해대립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을 남겨준 첫날 회의였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