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의 휴대폰 사용자는 전화가 걸려올 때 ‘어디세요?’라고 물어볼 일이 없게 됐다. 연방정부의 e911(위치확인 응급전화서비스) 관련 규제 때문에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이 ‘위치기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MSNBC는 위치기반서비스에 대한 프라이버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치기반서비스 현황=위치기반서비스는 삼각법에 의해 이동통신 네트워크상에서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해준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AT&T와이어리스가 유일하게 위치기반서비스인 ‘파인드프렌즈(find friends)’를 내놓았으나 대다수의 사업자들이 AT&T와이어리스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AT&T와이어리스의 대변인 제레미 펨블은 “파인드프렌즈는 시내의 교차점을 기준으로 휴대폰의 위치를 파악해주며 교외지역의 경우에도 수마일 이내의 오차로 위치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인스턴트 메시지의 ‘친구 목록(buddy list)’을 이용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친구를 자신의 목록에 지정하면 친구의 위치가 언제든 표시된다. 또 사용자와 통화상대 사이의 레스토랑과 같은 곳을 찾아주는 ‘RSVP’ 기능도 제공된다.
AT&T와이어리스의 범용패킷라디오서비스(GPRS) 네트워크가 구축된 20여곳의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 회사가 월 2달러99센트의 요금으로 제공하려는 ‘m모드’ 서비스의 일부이다.
◇서비스를 준비중인 사업자=버라이존와이어리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지난 5월 ‘MSN과 함께 하는 VZW’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백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서비스는 버라이존 고객이 MSN 메신저와는 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프린트PCS도 위치기반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지만 피자헛 앞을 지나갈 때 할인 쿠폰 등을 전송해주는 모바일 커머스 구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스프린트측은 이같은 서비스가 올해는 분명히 아니며 내년에도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싱귤러와이어리스는 위치기반서비스를 재고나 직원 추적 등 비즈니스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페덱스에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위치기반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
보이스스트림와이어리스도 상용서비스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지만 계획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베라는 AT&T와 제휴해 길거리에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실시간 재라우팅(rerouting)’이라는 컨셉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교통정보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텔레커뮤니케이션시스템스는 미국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과 위치기반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시를 25개 다른 지역으로 나눠 한 지역의 사용자가 다른 인근 지역의 사용자와 전쟁을 치르는 게임 등을 준비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란=많은 이들이 위치기반기술에 대한 우려하는 것은 이 기술이 악의의 사용자가 이용할 경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강도가 위치정보를 이용해 빈집을 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거래개선협회(BBB)는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위치기반서비스가 안전하게 서비스될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BBB 산하 BBB온라인의 프라이버시 프로그램 담당 이사인 게리 레이든은 “다른 사람이 알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정보가 있지만 위치정보는 그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AT&T와이어리스와 버라이존은 “주소와 같은 가입자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팔지 않는다”며 “위치정보도 정보와 마찬가지로 다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버라이즌의 대변인 낸시 스타크는 “우리는 이미 사용자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지만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T&T와이어리스의 파인드프렌즈만 보아도 사용자는 누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