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트랜스메타, 재기 몸부림

절전형 칩 메이커인 트랜스메타는 2000년 하이테크 붐이 절정에 달하던 때 월가의 가장 촉망받는 반도체 기업 중 하나였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샌타 클래라에 있는 트랜스메타는 경영진은 물론 프로그래머, 투자자의 면면이 화려한 신생 ‘스타 군단’으로 특히 독자 개발한 절전형 칩 기술로 인텔 등 경쟁사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 같이 촉망받던 트랜스메타가 지난해 말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신제품 출시 연기는 급기야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불러왔고 매출은 격감했다. 투자자와 반도체 업계는 트랜스메타가 과연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재기할지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반도체 산업 최악의 침체기인 지금으로서는 트랜스메타의 재기는 더욱 힘들어 보인다.




 트랜스메타 매튜 페리 신임 CEO는 지난주 자신의 정상화 전략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트랜스메타의 연이은 분기 적자를 발표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전직원의 40%에 달하는 2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며 큰 기대를 모았던 ‘TM 6000’ 칩 출시를 포기하고 대신 내년 시판을 목표로 코드명 ‘아스트로(Astro)’인 차세대 칩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퍼시픽그로스 증권의 브리언 알저 애널리스트는 대고객 보고서에서 “트랜스메타 경영진이 궁극적으로는 회사를 위해 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5년간의 비밀 개발작업 끝에 2000년 1월 그 모습을 드러낸 트랜스메타의 크루소 칩은 세계 PC의 80% 정도에 자사 칩을 단 샌타 클래라에 있는 인텔의 주목을 받았다. 트랜스메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인텔 칩과 호환되면서 절전형인 크루소 칩 시리즈를 PC 메이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디자인 리소스의 케빈 크리웰 분석가는 “트랜스메타는 인텔의 ‘둥지’를 너무 크게 흔들어놓았다”며 “발끈해진 인텔은 트랜스메타의 도전에 강력히 맞섰다”고 해석했다. 이에 인텔은 트랜스메타가 2000년 1월 크루소 칩을 선보이자 독자적인 절전형 칩 설계에 들어가면서 마케팅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이를 전폭 지원했다. 인텔은 막강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트랜스메타 제품보다 더 값싸고 클록 속도가 트랜스메타 칩보다 더 빠른 모바일 컴퓨터용 칩을 재빠르게 선보였다. 존경받는 선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브 디첼에 의해 공동 창업되고 저명한 리눅스(Linux) 개발자 리누스 토발즈가 참여한 트랜스메타는 결국 사면초가 신세가 되고 말았다. 트랜스메타 칩 가격이 140달러로 정해지자 인텔은 가격을 100달러로 책정했다. 크루소 칩은 시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제품이었고 고객은 일본의 PC 및 노트북 메이커뿐이었다. 대형 컴퓨터업체 휴렛패커드(HP)가 지난달 자사 신형 태블릿 PC에 크루소 칩을 달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트랜스메타 칩을 쓰겠다는 미국의 PC 메이커는 1개사도 없었다.




 트랜스메타는 인텔에 맞서기 위해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마크 앨런 당시 트랜스메타 CEO는 크루소 위탁 생산업체를 기술은 좋으나 비용이 비싼 IBM 계열 위탁 칩 생산업체 IBM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IBM Microelectronics)에서 대만의 TSMC로 바꿨다. 하지만 이 조치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TSMC는 신형 칩 설계가 요구하는 제조 공정과 성능을 빠르게 하는 구리 기술 공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트랜스메타의 칩 생산은 고객사들이 신형 ‘TM 5800’을 학수고대하는 중요한 시기에 두달 이상 중단되는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모건스탠리딘위터 마크 에델스톤 분석가는 그러나 “트랜스메타의 진짜 문제는 경영 미숙에 있었다”며 “트랜스메타는 분명 기술에서는 앞서 있었고 인텔보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높았지만 결국 이런 이점을 스스로 까먹었다”고 진단했다.




 트랜스메타는 이 같은 생산 장애로 주가가 떨어지고 매출은 급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2000년 11월 상장시 45달러 25센트를 기록한 뒤 경기 침체와 회사의 악재를 배경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주가는 최근 2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한편 트랜스메타 경영진은 2분기 매출이 연속 증가하는 등 긍정적 경영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