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히딩크를 잊지말자

 월드컵이 끝났지만 신문과 TV는 아직도 붉은 악마와 우리선수들, 그리고 히딩크를 잊지 못해(?) 기사로 다루곤 한다. 개중에는 ‘4강 신화도 중요하지만 세계인이 주목한 시민들의 질서의식과 거리축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해보자’는 기사들도 있다. 반면 거리에서, TV 앞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사람들은 다시 일터로 되돌아가 생활인이 된 지 오래다.

 월드컵 경기 내내 히딩크가 화제였고 특히 히팅크 경영학은 사회적 이슈가 돼버렸다. 히딩크의 연고주의 타파, 기본을 중시하는 팀 운영 등은 경영학의 모범이 될 만했다. 기업의 CEO들은 감명을 받았고 몇몇 경제연구소는 히딩크 경영학을 분석하는 자료도 발표했다.

 그런데 요즘 필자는 흔히 지적받는 한국인 특유의 건망증과 냄비근성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나들이삼아 다녀온 한 지인은 “그 많은 사람들이 복작댈 때도 쓰레기가 별로 없었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오히려 담배꽁초같은 쓰레기들이 더러 눈에 띄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월드컵이 남겨준 여러가지 덕목 가운데 어떤 부분은 이렇게 벌써 훼손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히딩크 경영학이라는 것도 마치 물거품같은 한 시기의 유행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같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미 그런 경우를 여러번 접한 바 있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서 경영학을 배우자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지난해 드라마 ‘상도(商道)’가 시청률을 높이고 있을 때는 주인공 임상옥에게서 ‘상도 경영학’을 배우자는 주장이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드라마 ‘허준’이 뜨고 있을 때는 ‘허준 경영학’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허준, 임상옥에게서 배운 경영학이 기업현장에서 어떻게 생산적으로 실현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쩌면 일과성의 유행으로 그냥 스쳐갔을지도 모르겠다.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히팅크 경영학은 부디 유행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본과 원칙은 유행상품이 아니다.

 <백갑종 농수산TV 대표 kj0021@Nongsusan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