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신업계 월드컴 폭풍>(5·끝)최후의 승자는?

 미국 통신업계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전문가들은 미국 지역전화 사업을 나눠 가지고 있는 4개의 ‘베이비 벨’ 회사들 가운데 최후의 승자가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들은 90년대 수익성 좋은 장거리 전화사업을 하는 ‘마벨(AT&T)’과 인터넷 등 데이터 통신사업자들의 위세에 눌려 잊혀지는 듯 했지만 최근 이들 경쟁업체가 속속 경영난을 겪으면서 다시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월드컴은 물론 미국 1위 장거리 전화업체 AT&T와 스프린트(3위)까지 상대적으로 사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전화 업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통신 컨설팅회사 쇼스텍그룹의 제인 즈웨이그 CEO도 “특히 SBC나 버라이존 두 회사는 풍부한 자금동원 능력에다가 40%대에 달하는 높은 경상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전화는 물론 지역 및 이동통신회사들을 무차별 인수합병(M&A)함으로써 거대 통신사업자로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해 비즈니스위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미국 2위 지역전화회사 SBC는 3위 업체 벨사우스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 2위 이통회사(싱귤러와이리스)를 통해 최근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벨사우스까지 통째로 접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 최대 베이비벨업체 버라이존도 영국 보다폰과 합작한 이통업체 버라이존와이어리스 외에 기업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미국 4위 지역전화회사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스텍그룹의 즈웨이그 CEO는 이러한 움직임을 “미국 정부가 지난 96년 통신법을 제정한 후 거의 강제적으로 지역전화와 장거리·이통·데이터통신 등으로 세분화했던 통신 서비스 사업이 다시 지역전화를 중심으로 재통합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 미국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종합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먼저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지역 및 장거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탈피해 하루 빨리 기업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 1위 장거리전화회사 AT&T는 일반 고객 가입자가 500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한 달에 전화를 한통도 걸지 않는 가입자가 무려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가입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지역전화회사들이 장거리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 전화업체들은 또 최근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이터통신 분야에서는 컴캐스트와 AOL타임워너 등 케이블업체들로부터 경쟁을 막아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블업체들은 미국 전역에 깔려 있는 케이블에 모뎀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초고속 인터넷은 물론 지역전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통신 서비스 시장을 넘보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전화가 이통 및 인터넷전화 등에 의해 잠식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벌써부터 미국인들의 약 3%는 휴대폰을 주력 통신수단으로 이용해 기존의 전화 서비스를 취소하고 있다.

 양키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이통 요금이 하락하면서 휴대폰 사용시간은 급증해 현재 약 5490억 시간에서 오는 2005년 약 1조 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반면 유선전화 시간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2% 줄어들 전망이다.

 인터넷전화의 파급력은 더욱 가공할 만하다. 인터넷전화 회선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량은 전세계 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50% 이상 늘어났다.

 시장조사회사 텔레지오그라피에 따르면 오는 2005년을 전후해 인터넷전화가 국제전화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는 등 음성통신 시장도 급속도로 잠식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 지역전화회사들이 이러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렵게 미국 통신시장을 손에 넣는다해도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