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컨텐츠코리아 사장 spakal@contents.co.kr
도심 한복판에서 하늘을 찌르듯이 서 있는 건물을 볼 때마다 저 웅장한 건물이 과연 어떻게 지어졌을까 반문하게 된다. 움막집에 살던 석기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인류가 발전하면서 쌓아온 응축된 문명의 결과로 벽돌 한 장 한 장이 곧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성실의 땀일 것이다. 이 땀은 대략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공정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 지침과 도안, 이를 뒷받침해주는 기술, 지속적으로 개발된 원자재, 협력 작업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 등일 것이다.
지식정보시대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무형이라 제작 기술만 있으면 바로 기대하는 산출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오류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오류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붕괴되는 것처럼 언젠가는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간 정보기술(IT)은 눈에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정보를 설계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 기획과정은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협력해야만 작품이 나오는 고난이도의 예술 작업이다. 그러나 아직 설계에 대한 인식마저 조성돼 있지 않으며, 분야별 설계의 차이점 또한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설계도 없이 기술자들의 대략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흔히 식자들은 디지털 콘텐츠는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데 표준화된 설계지침이 가능하냐고도 한다. 그러나 도심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건물들이 하나같이 다름을 볼 때 설계에 대한 오해가 있지 않나 본다. 콘텐츠 설계도 건물처럼 프레임을 세우고 모양을 구성하는 정보 조직의 과정과 필요한 제작 기술을 기재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제작·관리상의 기본 틀이 필요하다. 여기에 각 분야의 참여자들이 창의성으로 호흡하는 활동이 녹아 들어가야만 아름답고 튼튼한 디지털 콘텐츠 작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