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주무대` 바뀐다

하드디스크가 정보가전 기기의 핵심 저장매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AP는 하드디스크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클록속도 못지 않은 기술경쟁을 거쳐 경박단소형 정보기기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시장조사업체인 IDC를 인용해 지난해 전세계 PC용 하드디스크의 출하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년 2억대에서 1억9600만대로 줄어들었으나 PC 이외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의 출하는 2억1300만대에서 3억5200만대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 게임기에 하드디스크를 장착시켰으며 소니도 이에 뒤질세라 ‘플레이스테이션2’에 하드디스크를 내장키로 했다.

 애플컴퓨터는 지난해 선보인 휴대형 음악재생기인 ‘아이포드’에 도시바의 1.8인치 5G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통합시켰다. 이 하드디스크는 1000곡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으며 도시바는 이후 용량을 4배로 늘린 후속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심지어 자동차 액세서리 업체들까지 하드디스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팻노이스는 도시바의 2.5인치 하드디스크를 자동차용 주크박스에 사용하고 있으며 블로펑트는 18시간 분량의 음악을 마이크로드라이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음악 재생기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하드디스크 업체인 시게이트테크놀로지 등은 홈미디어 서버, 개인용 DVR, 셋톱박스, 비디오게임기, 오디오 주크박스, 가정용 보안시스템 등에 하드디스크를 탑재하려는 가전업체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같이 하드디스크가 컴퓨터가 아닌 정보가전 기기에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면서 기록밀도가 늘어나고 크기도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1Gb 용량의 마이크로드라이브의 경우 약 15.6g의 무게, 1인치 크기에 불과하지만 저장용량은 플로피디스크 700장에 맞먹는다. 신용카드 크기의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의 경우 무려 20Gb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하드디스크의 가격도 IBM이 56년 처음 개발했을 당시 MB당 무려 1만달러에 달했으나 이제는 Gb당 1달러선에 불과하다.

 디스크의 회전속도도 90년대에 배로 빨라져 대부분의 PC와 가전용 하드디스크는 3600vpm 또는 7200vpm이며 서버용 고성능 하드디스크의 경우는 1만5000vpm에 이른다.

 또 최근 선보이기 시작한 볼베어링 모터 대신 유체 모터를 사용하는 하드디스크는 보다 신뢰성있게 데이터를 보호해주고 소음을 줄여주며 데이터보다 빨리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콤팩트플래시, SD카드, 메모리스틱 등과 같은 플래시 메모리가 빠른 액세스 속도와 작은 크기 때문에 최근들어 정보가전 기기에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용량이 작다는 단점으로 인해 정보가전 시장에서 하드디스크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론 하드디스크도 그동안의 기술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움직이는 부분을 갖춘 기계장치기 때문에 수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