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스캔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을 닫거나 문닫기 직전에 있는 IT기업들의 내부 문건·e메일 등 교신자료를 공개한 사이트가 개설돼 화제다.
‘인터넷의 제리 스프링어 쇼’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F***edCompany.com(망한기업)’이라는 사이트를 운용중인 필 카플란은 최근 ‘InteranlMemos.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여기에서는 월 45달러만 내면 무료로 제공되는 350개의 문서를 포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및 IT기업들의 내부 문서와 내부자간 오고 간 교신자료 1000건 이상을 받아 볼 수 있다.
카플란은 “지난 2년간 ‘F***edCompany.com’을 운영하면서 모은 자료들”이라면서 “실패한 기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업들이 성공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대표적인 내부 문건으로 최근 38억달러에 달하는 회계부정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간 월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참모진에게 보낸 메모를 예로 들었다. 거기에는 “오늘은 월드컴에 매우 슬픈 날입니다. 월드컴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회사를 지켜보는 CEO의 고뇌에 찬 목소리가 담겨 있다.
카플란은 닷컴 거품 붕괴로 인해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문을 닫았고 자신은 이런 와중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낸 사업가라는 말도 덧붙인다. 지난해 유료화된 ‘F***edCompany.com’은 이제 월 1000명이 75달러를 내고 접속하고 있고 ‘InteranlMemos.com’도 그 성공을 이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장애물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InteranlMemos.com’이 법적인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다. 내부 문건들에는 거래 비밀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공개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로스켄 법률사무소 이라 로스켄은 “망한회사들의 모임은 그야말로 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거래 비밀을 포함하고 있는 내부 문건이나 교신자료 공개로 이 사이트가 막대한 금전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카플란은 문서공개와 관련한 법이 복잡하고 특히 문서공개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그는 특히 “남의 불행을 딛고 성공을 거둔 사이트”라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운좋은 회사들(LuckedCompany.com)’이라는 사이트도 개설했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성공을 보고 배우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