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공동으로 한국 산업의 세계 4강 실현전략을 담은 ‘산업 4강으로의 길’을 확정, 발표했다. 오는 2010년까지 조선산업은 확고한 세계 1위로, 디지털전자산업은 세계 2위, 반도체와 섬유산업은 빅3 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관이 합심해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이번 계획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산업자원부와 경제5단체가 최근 발표한 ‘2010 산업비전과 발전전략의 주요골자’는 오는 2010년까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선진 7개국(G7) 수준으로 확대하고,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 전통산업과 신산업 분야의 200개 핵심 전략기술 개발에 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화를 정착시켜 전자상거래 규모를 전체 거래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무역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래전략산업의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2010년까지 연평균 6%의 경제성장을 이뤄 2000년 4600억달러였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조3000억달러로 높이겠다는 이번 계획은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코리아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본다.
특히 오는 2010년까지 국민 1인당 R&D 지출액을 G7 평균수준인 1391달러(2000년 403달러)로 늘리고 시장선점형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또 업종별로 경쟁력 있는 ‘단체표준개발’을 지원하고 국제공인시험기관 수를 늘려 국제기술표준 선점 및 인증획득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한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2006년까지 나노공정·한국형IC·포스트D램 등을 개발하는 ‘시스템IC-201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차세대 디지털컨버전스 플랫폼 등 매년 2개 이상의 핵심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것도 제대로 된 구상이라고 본다.
이번에 발표된 세계 4강 실현전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G4산업기술개발 프로젝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가 세계 일류상품 창출형 산업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선 기술개발 시스템이 시장추종형에서 시장선점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선점형 기술개발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기술주기가 단축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규모 및 실패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 산·학·연·관 공동 개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견인할 핵심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해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총 3조원을 투입하게 되는 한국형 시스템IC, 차세대 테라급 메모리, 디지털가전·인공지능 융합기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적용 디지털가전기기, 기계분야의 3차원 지능형 복합가공머신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불합리한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특히 제조업관련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차별적 제도와 관행은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범부처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업종별 발전전략의 경우 예산만 뒷받침되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나 규제철폐 등 업계의 희망사항이 주류를 이루는 기업환경 개선은 다른 정부부처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