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차 전지의 약진

 차세대 핵심 유망부품인 2차전지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의 약진이 두두러져 부품산업 발전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일본이 장기불황이 10년 이상 계속되자 설비투자를 줄인 것과는 달리 국내 리튬계 2차전지업체들은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과 과감한 설비·연구개발(R&D) 확대 등으로 2차전지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한·일간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현상이다.

 우선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율면에서 현재 한·일 2차전지업체의 격차는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국내 업체의 수율은 지난해 80%대였으나 지금은 90∼93%대로 크게 향상돼 일본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품질을 좌우하는 성능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어서 지난 상반기에 세계 최초로 2200㎃h급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고 공장 가동률도 일본보다 높다고 한다.

 2차 전지는 개인휴대단말기(PDA)·스마트폰 등 수요가 다양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떠오르는 핵심부품이다. 세계 리튬계 2차전지시장 규모만 연간 7억개(2001년 기준) 정도라고 한다. 정부도 이런 점 때문에 2차전지·연료전지·태양열전지산업을 집중 육성,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국가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국내 업체들이 일치단결해 2차전지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 최강의 전지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우선 일본업체의 파상적인 시장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국산 제품이 나올 때 반복되는 일본산 경쟁제품의 가격인하나 증산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가 2차전지 양산에 나설 때도 가격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둘째는 부단한 기술개발이다. 이제부터 2차전지에 대한 일본업체의 기술이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2차전지는 일본이 정보기술(IT) 및 관련 부품 중에서 세계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대표적인 핵심분야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2차전지에 대해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는 한국업체에 기술을 이전할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체 개발 또는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비록 막대한 자금이 들긴 하지만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하겠다. 산·학·연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2차전지기술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셋째는 이런 일을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는 핵심 소재나 장비, 인력 등에서 일본에 뒤진다고 봐야 한다. 열악한 분야에 대한 보완 없이는 경쟁국을 앞지를 수 없다. 취약한 분야에 대한 보완과 앞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2차전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는 우리가 개발한 2차전지기술의 세계 규격화 또는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는 우리 부품의 세계시장 선점전략 중 하나다. 

 정부와 해당업계는 과감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로 2차전지 분야가 멀티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수출엔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