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PC 게이머도 알파 파(波)를 경험한다

 불교 승려와 절정에 이른 운동선수,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컴퓨터 게이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가 ‘알파파’라고 불리는 뇌파의 활동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알파파는 승려의 명상과 같이 완전한 휴식상태에서만 방출되는 뇌파로 운동선수가 이를 경험할 때 그는 최적의 심리상태에서 최고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스포츠계에서는 어떤 선수가 알파파의 상태에서 경기하는 것을 ‘더존(the zone)’이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스포츠 지도자나 심리학자들의 최대임무는 모든 선수가 더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영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에릭슨 감독은 스웨덴의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를 동원해 선수들이 경기 도중 알파파를 경험하도록 유도했고, 이를 통해 독일과의 지역 예선전에서 5 대 1이라는 대승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영국 BBC는 최근 절정에 이른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이머 역시 알파파를 경험한다는 자체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런던의 브루넬대학 스포츠심리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실험에서는 육상 창던지기 23세 이하 부문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댄 카터와 컴퓨터게임 버추어파이터의 세계적 플레이어인 모 임란 람잔이 참여했다.

 두 선수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팀이 특수하게 설계한 활동에 참여했다. 그 후 연구팀은 이들로 하여금 설문서에 응답토록 했고 이를 토대로 더존과 관련된 9개의 구체적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겼다. 실험을 진행한 카라조기스 박사는 “보통 평균 평가점수가 16점 이상이면 더존의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보는데 모의 경우 평균 17점, 댄의 경우 17.44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에게서 알파파가 방출됐다는 의미다. 그는 실험대상이 제한돼 있어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는 곤란하지만 컴퓨터 게이머 역시 알파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BBC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컴퓨터와 컴퓨터 게이머, 그리고 알파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선수들을 더존에 도달시키는 한가지 방법으로 컴퓨터게임이 원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운동선수들은 실전에서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야외 훈련장이 아니라 실내의 컴퓨터실을 더 자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