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직원의 청사내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곧 휴대폰 사용 규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해커·스파이가 비밀 회의를 도청하거나 고위 관리의 소재를 추적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존 P 스텐비드 국방부 지휘·통제·통신·정보(C3I) 담당 차관보는 “군속 및 군인이 청사 내에서 보행중 휴대폰이나 무선호출기(페이저), 핸드헬드 컴퓨터를 휴대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다”며 “휴대가 금지되는 통신장치에는 개인 용도로 사적으로 구입한 제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방부 최고정보책임자(CIO)이기도 한 스텐비드 차관보는 무선장치의 보안 문제를 집중 논의한 워싱턴의 한 기술 회의에 참가한 뒤 이 같은 휴대폰 이용 규제 방침을 공개했다. 그는 새 규칙이 한달 내에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텐비드 차관보는 새 규칙에는 국방부 청사 등 군부 내 빌딩 지역에서 예를 들어 ‘블랙베리’ e메일 장치 등 사용이 가능한 제품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클라크 부시 미 대통령 사이버 보안 보좌관도 이날 워싱턴 회의의 개막 연설에서 “하이테크 업계가 해커 공격에 취약한 컴퓨터 네트워크 장치 등 이동통신 장비들을 무책임하게 마구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라크 보좌관은 “민감한 비밀 정보의 탈취에 쉽게 악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직원들에게 무선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고리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보호 프로그램국 부국장도 “군장교들이 비밀 회의 장소에서 이동통신 장치를 휴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이동통신 장치의 사용을 무조건 규제하지는 않겠지만 규칙을 만들어 무분별한 사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우편 송수신 및 음성 메시징 장치 역시 도청장치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이 장치는 계속해서 신호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특정 이용자의 위치 소재 파악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양방향 페이저를 휴대한 관리의 이동상황이 한밤중에도 추적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도청 방지를 위해 가장 널리 이용되는 무선 암호 프로토콜이라는 데이터 삭제 기술은 이를 파괴하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얻어 5분 이내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이외 다른 연방기관 중 일부 기관은 이미 휴대폰 등 무선 통신장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부(CIA) 본부 방문자는 주차장에 반드시 휴대폰을 두고 방문해야 한다. 국가안보위원회 일부 사무실의 방문자들도 사무실 내 휴대폰 휴대가 금지되고 있다. 방위정보국 직원들 역시 휴대폰 통화를 하려면 본부 빌딩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