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3G 이동통신 출범전부터 `잡음`

 유럽의 3세대 이동통신시장이 출범하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소리부터 내고 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와 핀란드의 소네라가 3세대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이후 일부 업체들이 3세대 시장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다른 일각에서는 2세대 시장의 기술발전으로 3세대 시장이 곧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분석마저 제기하고 있다.

 얼마 전 텔레포니카와 소네라는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이탈리아 등지에서의 3세대 시장관련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텔레포니카의 경우 스페인 기업사상 최대라는 55억유로의 반기적자를 기록한 것이, 소네라는 이들 국가의 3세대 시장참여가 수지타산이 안맞는다는 것이 각각 이런 발표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텔레포니카는 3세대 통신부문을 필두로 인터넷 미디어, 테라 라이코스를 위시한 웹사이트 등 전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는 일대 경영혁신에 들어갔다. 소네라 또한 43억유로에 달하던 보유 3세대 사업권의 가치를 거의 영에 가까운 현시가로 재평가해 버렸다.

 그 후 홍콩계 영국기업 허치슨3G는 영국 선데이타임스를 통해 3세대 시장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3세대 네트워크가 전국을 커버하지 못하는 초기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통화를 2세대 네트워크로 ‘중계(roam)’해야만 하는데 이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통화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물론 허치슨3G는 이런 문제를 “커다란 이슈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올해 안에 영국과 이탈리아 모두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세대 시장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점이 처음으로 통신업체에 의해 언급됐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시험적인 3세대 통신서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유럽의 소비자들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하게 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논란은 최근 2세대 통신기술 발전으로 3세대 통신 네트워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노키아의 지원을 받는 오플레요(Oplayo) 같은 업체는 기존의 2세대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비디오 클립을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3세대 네트워크만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이런 서비스들이 2세대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가능해짐에 따라 굳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3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통신업체들은 이런 3세대 시장의 문제점들을 무기로 각국 정부를 향해 시장규제 완화와 새로운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텔레포니카가 기업간 통신사업권 거래가 허용될 경우 보유 사업권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영국 통신업체들이 정부의 3세대 시장가격 규제에 반발하고 있는 것, 또 프랑스텔레콤이 부채완화와 신규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구한 것 등이 모두 같은 예다.

 이에 대해 유럽 각국 정부는 기존 3세대 사업권 내용을 통신업체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3세대 사업권의 기한을 기존의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유럽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텔레포니카가 3세대 시장을 포기한다고 발표하자 이 회사의 주가는 당일 한때 14%나 급등했다. 유럽 통신업계와 정부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은 3세대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