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접속전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른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둘러싼 사활을 건 3파전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미디어업체 아메리카온라인이 최근 고위 경영진을 개편하며 자체 전열을 재정비하는 틈을 타 야후와 MSN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대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AOL은 속도가 느린 기존 다이얼업 모뎀을 통한 인터넷 접속시장에서 가공할 만한 아성을 구축해 유료 가입자수가 이미 3500만명이 넘어 온라인 세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가입자 중 기존 전화선 대신 초고속 광대역으로 전환한 가입자는 아직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경쟁사들은 AOL이 이같이 가입자의 광대역 전환을 소홀히 하고 AOL 모기업 AOL타임워너가 조직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틈을 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야후와 MS의 MSN은 지금을 AOL 공략의 호기로 삼고 있다. 양사는 지난 1년 동안 전화 및 케이블TV회사들과 지속적으로 제휴관계를 확대해가며 초고속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양사는 초고속 접속서비스에 AOL의 온라인 환경과 같은 ‘개인 포털’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추가시켜 서비스의 질면에서 AOL 이용자를 앞지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짐 브록 야후 전력사업담당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이용자를 광대역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어 AOL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야후는 SBC커뮤니케이션스의 다이얼업 가입자에 한 단계 개선된 포털을 제공하고 있다. 야후는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 SBC 전화회선을 통해 광대역 포털을 선보일 계획이다.
야후는 다른 광대역 업체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조만간 이와 관련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MSN 다이얼업 인터넷접속서비스를 하는 MS는 케이블회사 차터커뮤니케이션스와 전화회사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인터내셔널,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등과 초고속 접속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찰린 리 분석가에 의하면 다이얼업 인터넷 접속은 올해 미국내 5300만가구에 보급돼 보급률이 절정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된다. 이와 동시에 DSL이라는 초고속 전화회선과 케이블접속을 통한 광대역 인터넷접속 이용가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포레스터는 올해 미국의 광대역 가입가구수가 지난해 1050만가구보다 80% 늘어난 1880만가구에 육박하고 AOL 고객의 23% 정도가 내년중 광대역 인터넷서비스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피터미디어메트릭스 계열의 시장조사업체 주피터리서치의 조 라스즐로 분석가도 “다이얼업 시장은 분명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어떤 포화시장에서든지 경쟁사가 자신의 고객을 빼앗아가는 것을 걱정하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사의 광대역 인터넷 접속전략은 어떤가.
야후는 우선 고객취향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와 기능으로 차별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야후의 SBC 다이얼업 포털은 야후가 앞으로 선보일 광대역 포털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바꿀 수 있고 주식시세나 온라인 사진을 움직여 스스로 사이트를 설계할 수 있다. 야후는 여분의 e메일 주소와 온라인 사진저장 공간, 여러 개의 경매목록, 분류광고 목록도 SBC 서비스의 일부로 제공한다.
MS는 야후보다 광대역 인터넷 접속시장 진출이 더 절실하다. 이 회사는 MSN 가입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PC와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MS는 AT&T, 퀘스트 등 많은 광대역 인터넷 제공업체 지분에 적극 투자해 왔다.
MS와 미국 최대 시내전화회사 버라이존간의 제휴는 MS 광대역 공세의 결정판이나 같다. MS는 지난 6월 버라이존과 제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초부터 고객이 설계한 브라우저를 통해 MSN 콘텐츠와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MS는 이와 함께 업데이트시킨 MSN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AOL을 제치고 더 많은 다이얼업 및 광대역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올 후반 선보일 ‘MSN 8’ 버전은 현금관리, 사진편집과 백과사전 등 소매점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MS 소프트웨어의 무료 버전을 함께 제공한다. MSN은 어린이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 등도 제공해 서비스를 차별화시킬 예정이다.
MSN 밥 비스 마케팅 이사는 “지난 수년간 AOL이 해온 일을 보면 기술혁신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AOL을 혹평했다. AOL은 이에 맞서 경쟁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한다. 존 버클리 AOL 수석부사장은 “AOL이 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모기업의 어려움과 최근 경영진 개편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나 회원과 우리 사업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