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수출 청신호, 낙관은 금물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21개월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와중에 우리의 7월 수출이 20%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수출이 40% 이상 신장되는 등 정보기술(IT) 수출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힘입어 일본으로의 수출도 17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한다. 세계 경제 불안과 환율 변동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출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하반기는 물론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하는 청신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9.9% 늘어난 136억5400만달러, 수입은 17.6% 늘어난 130억6400만달러다.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가전 등 전기전자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지난해 7월의 수출부진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가 전년 동기대비 58.8%(13억8000만달러) 상승한 것을 비롯해 무선통신기기 50.8%(10억2000만달러), 컴퓨터 39.4%(11억4000만달러), 가전제품 23.1%(9억5000만달러), 일반기계 20.2%(7억7000만달러) 등 경기민감품목의 수출이 큰폭으로 늘어나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일 수출이 17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미국·중국·유럽연합 등 우리의 4대 주력시장 모두가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중국이 EU를 제치고 제2의 수출국으로 떠오르는 등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교기간인 지난해 7월 수출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올해 7월의 실적이 돋보이지만 통계적 마술을 제거하면 올들어 7월까지 누계 수출액은 아직도 전년 수준에 못 미치는 등 만족할 만한 회복세로 보기 힘들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시장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중 예상을 깨고 1.1%의 낮은 성장에 머무는 등 불확실한 국면을 헤매고 있다. 통상 마찰과 원화 환율의 추가하락도 복병이다. 일부에서는 환율 하락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오는 9월 이후 수출회복의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개월 연속 중소제조업 체감경기가 하락했다는 것도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본다. 기협중앙회가 15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발표한 8월 중 중소기업경기전망에 따르면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94.9로 기준치 100에 못미친다. 이는 원화가치 상승과 미국 경기 불안 등으로 수출 및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수출지역 다변화와 노사갈등 해소,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등에 힘써 한국경제의 성장견인차인 IT관련 제품의 수출이 계속 늘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