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케몬 건드리지마.’
일본의 효자 수출품 중 하나인 게임, 만화, 음악 등 콘텐츠 상품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일본의 관련 기업 및 단체들이 뭉쳤다. 일본의 15개 콘텐츠 생산 업체들과 16개 관련 업계 대표단체들은 2일 해외에서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감시하는 기구를 창설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본 문화상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위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또 외국 정부에 불법복제를 철저히 단속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방침이다.
이 기구엔 고덴샤, 쇼가쿠칸 등의 출판사, 코나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게임 관련 업체, NHK 등 15개 기업과 일본영화협회, 일본민간방송연맹, 일본레코드협회, 컴퓨터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문화청, 경제산업성 등 16개 업계 단체와 정부기관 등이 참여했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이렇게 지적재산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문화상품이 일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에 비례해 해외 불법복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지난 한해만 3000억엔(약 3조원)을 기록해 1000억엔(약 1조원)에 이르는 문화상품 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만화영화 제작업체 토에이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78억엔을 기록했고 회사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했다. ‘세계 어린이의 친구’ 포케몬을 만든 쇼가쿠칸 프로덕션은 해외 매출이 국내의 2배가 넘는다. 도시바EMI는 우타다 히카루의 CD 3장을 아시아에서만 180만장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중국, 대만, 홍콩 등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복제가 일본 문화산업의 뿌리를 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0억엔에 이르는 중국 음반시장의 90%를 불법복제품이 차지하고 있고 442억엔의 대만 음반시장은 절반 정도가 불법복제품에 넘어간 상태다. 이중 30% 정도가 일본 제품의 복제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문화산업의 미래는 불법복제와의 싸움에 걸려있다고 평할 정도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