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가 컴팩컴퓨터를 흡수, 새로운 HP를 탄생시킨 지 이제 막 3개월이 넘었다.
‘한 몸’이 된 지 이제 100일을 코 앞에 둔 이들의 궁합은 어떨까. 이와 관련, C넷은 “합병후 규모의 경제를 통한 패러다이스를 꿈꾼 통합HP가 완전히 한 몸을 이루는 데 있어 여전히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며 초반 궁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탄생 3개월째의 신혼부부인 HP가 이처럼 ‘부부싸움’을 벌이는 것은 결혼전의 성격차이 때문. 순전히 컴퓨터 하드웨어만을 위주로 성장해온 컴팩과 컴퓨터는 물론 프린터와 서비스 등에 기대 발전해온 HP가 서로 다른 기업문화 차이로 초반에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양사는 원활한 통합을 위해 합병이 처음 발표된 작년 9월부터 합병이 완성된 올 5월 3일까지 수천시간의 공을 들였다. 비용도 수백만달러나 쏟아 부었다. 하지만 70 성상이 다 돼가는 HP와 20년역사의 컴팩은 통합 3개월이 넘었지만 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철저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양사가 가장 이견을 보이는 부문은 합병사의 내부 컴퓨터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냐는 것. 합병전 HP에서는 서비스와 컨설팅 그룹이 대부분의 중요한 사업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 IT 조직들은 서비스 그룹에서 세우고 내린 계획을 따라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바브 내피어가 수장으로 있던 컴팩의 IT 부서들은 자체로 전략적 사업을 세우고 또 책임도 졌었다. 문제는 합병후에도 이러한 문화가 이어져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합병전 HP 경영진들이 합병후에도 서비스 그룹에 계속 남아 있고, 또 구 컴팩의 IT부서 수장인 내피어가 통합HP에서 CIO를 맡음으로써 불씨를 계속 안은 셈이 됐다.
HP 경영진들 내부 메모에는 이러한 갈등들이 잘 나타나는데 “빨리, 그리고 완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HP의 서비스 비즈니스 부문 부사장 울리 홀덴리에드는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서비스와 IT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 양사의 차이를 시인했다.그는 “양쪽의 미래 모델과 즉각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 등에서 우리는 견해차이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통합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홀덴리에드 외에도 HP의 인련관리 부사장 수산 보윅도 최근에 “통합팀이 서비스와 IT부서간의 이견차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