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국제무역협상권한을 강화한 무역촉진권한(일명 패스트트랙) 법안이 하원에 이어 최근 미 상원까지 통과함에 따라 실리콘밸리 등 미국 하이테크업계가 수출 확대를 기대하며 일제히 반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하원에 이어 1일 상원까지 통과한 무역촉진권한 법안은 행정부가 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시 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또한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이를 수정하지 못하며 대신 가·부만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보다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에 대해 8년만에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하이테크업체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그 어떤 법안보다도 우선순위에 두고 그간 맹렬한 로비와 함께 승인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미국의 하이테크 제품 및 서비스 산업이 세계적 우월성을 갖고 있는 반도체·컴퓨터·통신장비 같은 첨단 하드웨어 제품과 서비스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성장탄력세가 한풀 꺾인 미국 하이테크 시장과 달리 중국 등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와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은 매년 두자릿수의 폭발적 경제 성장과 함께 하이테크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IT시장의 기린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IT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투자)한 비용이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27%의 경이적 성장세를 보였다. 또 같은 기간 베트남은 26.6% 그리고 남미의 대표적인 국가 브라질도 15.8%나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은 겨우 6.7%에 불과했다.
이들 신흥국가가 갖고 있는 각종 무역장벽(고관세와 규제 등) 때문에 그동안 미국 하이테크업체들은 제품 및 서비스 수출과 시장개척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번 무역촉진권한 법안으로 외국과의 다자간 무역협정이나 지역간 협정을 보다 쉽게 체결할 수 있게 돼 신흥시장 진출에 탄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술연합회 회장 해리스 밀러는 법안이 통과된 후 “패스트트랙은 외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 미국의 하이테크제품과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 등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결성한 비즈니스소프트웨어협회(BSA)의 한 관계자도 “미국 하이테크업체들이 낮아든 장벽 때문에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외국에 직접 판매하는데 있어 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또 하이테크기술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금융·보험기관들의 외국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그만큼 하이테크업체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새 법안으로 인해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하원에서는 215대212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법안이 통과됐다. 상원에서는 64대34로 승인됐다. 이에따라 미국은 향후 10년간 120억달러를 투입,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인데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새 법안은 미국의 하이테크제품 및 서비스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외국인들이 미국 제품을 많이 사면 살수록 미국인의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다”고 지적했다.<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