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의 음향(AV)기기 시장규모는 1000억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AV기기 시장은 라디오에서부터 녹화기, 시청기기, 레이저 시청기기, 프로젝션 음향기기 등의 단계를 거쳐 착실히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AV의 해’라고 해도 될 만큼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AV기기 매출액은 75억5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5% 증가했으며 2분기는 1분기보다 10.2% 늘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도시의 프로젝션 보급률은 24%에 머물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의 70%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농촌의 프로젝션 보급률도 4%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AV기기는 필수 가전용품은 아니지만 생활수준 향상으로 중국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올해부터 오는 200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5.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는 중국 업계에는 AV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며 비관하던 사람들이 다수였다. AV기기의 판매규모가 지난 1999년에 360만대, 2000년에 340만대, 2001년에 역시 340만대로 답보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와 달리 올해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유는 첫째, 중국 주민들의 생활조건이 개선되면서 프로젝션·DVD·고선명TV(HDTV)의 수요가 증가, 침체된 가전 AV 시장을 떠받치고 있고 둘째, 자동차용 AV기기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승용차 판매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보다 고급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AV기기 시장에 무궁무진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7년 동안 인프라 구축에 150억달러를 투자해 체육관, 5환선 및 6환선 도로, 공항 대합실, 경철도, 지하철 등을 완성하고 박물관·미술관 등 도시 문화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AV기기 설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AV기기 시장의 잠재력을 본 TCL·부부거우·창훙·창웨이·하이얼·신커 등 가전 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으며 기존의 제조업체들도 투자를 강화하고 생산과 판매규모를 늘리고 있다. 아이랑은 최근 AV기기 제조업체인 산수이와 웨이라이를 인수하고 중국 각 지방에 2400개의 체인점을 설립했다. 또 다수의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광고홍보 이벤트에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 수립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내 외국계 업체들은 광고보다 판매촉진을 앞세워 비교적 적은 투자로 판매규모를 늘려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중국 AV기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이면에는 △핵심기술 취약 △저질제품 난립 △시장질서 혼란 등이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AV기기 생산에는 다수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칩을 포함해 돌비AC-3·dts·SACD 등의 기술은 외국의 대형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중국 토종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민영 업체로 기술개발 능력이 취약해 외국 제품을 모방하는 정도다. 그 결과 이들의 시장진입에 있어 제품 품목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품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컨설팅업체인 사이디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수백개의 AV기기 제조업체가 난립하면서 대부분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둥성 품질기술감독국에서 지난 2001년 3분기 음성주파수 공률 증폭기 품질표본을 조사한 결과 AV기기 제품의 합격률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유명 AV기기 제조업체들인 후웨이·허우제·메이즈성·후산·리성·진정·샤신 등은 모두 OEM에서 시작해 외국의 첨단 제조 및 관리기술을 장악한 후 기기를 제조, 중국을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수출 산업국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저급 제품 위주의 가공산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적인 AV기기 제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속속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톈룽·푸허우·두성 등은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토종 업체들과 합자회사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일본 야마하도 쑤저우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내 AV기기 시장 경쟁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제조업체들이 저가판매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기술개발만이 중국 토종 업체들의 유일한 생존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외형뿐 아니라 EVD를 포함한 독자 지적 재산권을 이용해 하이테크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