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인텔·오라클 등 세계적 빅 하이테크업체들이 엄동설한의 정보기술(IT) 경기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현금다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5일 로이터는 “빅 하이테크업체들이 넘치는 현금 속에서 수영하고 있다”고 풍자하며 “어디에다 이 돈을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 등 금융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이같은 거금을 처리할 방향으로 △다른 회사 인수 △자사주 매입 △연구개발비 증액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일부 투자가들은 형편없이 떨어진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라고 이들 기업에 촉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단기적으로 가장 좋은 현금 소진 방법은 엉망진창이 된 주가를 더이상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금에 관한 한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우리나라 일년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387억달러(46조4000억)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기 자본투자액에 있어서도 포드·세브론·월마트 등의 3개 대형 기업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액수를 가지고 있다.
또 세계적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도 210억달러의 현금 외에 다수의 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89억6000만달러의 현금을, 그리고 세계적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도 58억4000만달러의 현금 보유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 대형 하이테크 기업은 비록 주가가 추락하고 수익 압박을 받고 있지만 핵심 비즈니스 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에 있어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괴력’을 발휘, 현금 창출에 있어 일가견을 갖고 있는 대형 석유기업, 소비재 회사들과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거대 하이테크기업의 현금 처리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오라클을 비롯해 다수의 하이테크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는 뉴욕 소재 금융회사인 노스스타그룹의 사장 렌리 아셔는 “투자가들이 견딜 수 있는 주가 하락 지점을 지났다”며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액을 늘리고 있는데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6월말 끝나는 2003년 회기에 53억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액수는 320억달러로 예상되는 이 회사의 2003 회기 매출 중 17%를 차지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달 윈도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10억달러의 현금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 또 결코 배당금을 지불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인텔의 경우에는 주당 2센트의 분기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경제학 교수는 “앞으로 수년간 더 많은 주주들이 배당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연구개발·배당금 지불 외에 다른 방법은 자사의 주식을 재매입하는 것인데 자사주 매입은 수익을 나누는 주주수를 줄여 그만큼 주당 이익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미 시스코·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자사주 매입에 수백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한편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는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용도를 밝히지 않은 채 “경기가 어려울 때는 현금이 왕”이라며 빅 하이테크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