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1)중국 게임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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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 대해 우리는 이중적인 접근구조를 갖고 있다. 먼저 산업적인 접근으로 지난해 세계 게임시장이 547억달러(약 71조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산업규모를 형성, 우리의 미래 전략산업의 하나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다른 하나는 윤리적인 접근으로 전자오락게임이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들어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이중적인 접근으로 인해 우리 게임산업은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계 무대에서 밀려나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문화관광부와 관련업체 및 학계, 청소년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범국민 차원의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게임문화 진흥 캠페인(가칭)’을 전개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문화부와 엔씨소프트의 후원으로 ‘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올 12월 중순까지 총 21회에 걸쳐 세계 각지의 게임문화와 정부정책, 산업현황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게임이 청소년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다 

 중국 상하이 푸시지역 아파트 단지에 자리잡은 ‘왕즈·왕바(PC방)’. 지난 2일 오후 4시(현지시각), 140여석에 달하는 PC방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은 사람들 사이로 ‘미르의 전설2’ ‘프리스톤 테일’ ‘천상비’ 등 낯익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화면에 비친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부터 PC방은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남은 빈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사람들간 실강이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150평 남짓한 PC방은 어느새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며,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찬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는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에는 빈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합니다. 이용자의 80% 정도가 친구와 함께 PC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더러는 밤을 새며 게임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PC방 주인 료밍씨는 “방학이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이 지방으로 내려가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오후 6시부터는 어김없이 만원사례를 기록한다”고 들려준다.

 물론 중국이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층이야 게임을 새로운 놀이문화로 즐기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들이 게임만 하면 공부는 언제하느냐”는 걱정에 쌓여있다. 과다한 게임 이용에 대한 우려는 비단 국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바람을 타고 불어닥친 게임 열풍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중국내 PC방 사업이 불황을 타지 않는 것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상하이에는 50여석 이상의 대규모 PC방이 1080여개에 달한다. 일부는 처음부터 건물 전체를 PC방 전용으로 짓는 업주들도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강좌를 개설하거나 비즈니스룸을 마련한 초대형 PC방이나 최고급 하드웨어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프리미엄 PC방’도 늘어났다. 또 PS2, X박스 등 비디오 콘솔게임기까지 구비해 PC방이 ‘복합게임장’으로 변모하는가 하면 PC방 업주가 주최하는 게임대회가 수시로 PC방에서 열려 ‘게임리그’ 문화도 PC방을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실 중국 문화부가 집계한 중국내 PC방 수는 20만개를 헤아릴 정도다. 이는 PC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이 낮은 중국에서 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PC방으로 대거 몰리면서 크고 작은 무허가 PC방이 난립했기 때문이다. PC방은 대중화되면서 일과후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어 TV에만 매달리던 중국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어느새 인터넷 열풍과 함께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대학생 장밍훙은 “친구들 가운데 20% 정도는 한달용돈 300위안(4만5000원)의 대부분을 PC방에서 즐기는 게임 이용료로 지불할 만큼 PC방은 중요한 엔터테인먼트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PC방 시장은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썰렁했다. 지난 6월 베이징에서 발생한 PC방 화재 때문이었다. 정부가 일제 단속에 나서면서 베이징의 경우 2000여개 PC방이 동시에 폐쇄됐다. 상하이와 광둥성 등 중국내 주요 도시와 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베이징 화재 이후 한달 정도가 지나면서 베이징을 제외한 여타지역은 화재 이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중앙정부가 들어 서 있는 관계로 정부와 관료의 입김이 강한 베이징에는 현재 30여개 PC방만이 영업을 재개하는 등 여전히 ‘화마’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인 아시아게임(북극빙과기발전유한공사)의 추쯔궈 부총경리는 “베이징 PC방 화재 이후 베이징에 있는 PC방이 거의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지난 한달간 매출이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중국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가 미성년자의 PC방 출입을 제한하는 ‘PC방 관리법’을 공지하고 나서는 등 화재로 인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PC방 업주나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인터넷게임이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데다 중국 게임시장이 20억위안(3000억원) 규모로 급팽창하는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특별취재팀 김순기기자(팀장), 장지영기자, 김준배기자, 류현정기자>

 

 ◆중국 신규 PC방 관리법 내용 요약

 중국 신식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PC방 관리법(인터넷이용서비스 영업장소 관리법)은 미성년자의 PC방 출입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PC방을 폐쇄하고 설비를 몰수하는 동시에 최고 1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토록하는 등 법이 대폭 강화됐다.

 이 관리법은 또 미성년자의 PC방 출입은 휴일에만 가능하며 이용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묶어두고 있다. 또 초중고교 인근 200m 이내에서는 PC방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또 14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출입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를 대동해야 하며 이 사항을 위반하면 5000∼1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토록했다.

 이용 콘텐츠도 섹스물이나 폭력물, 미신관련 내용 등이 담긴 게임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정보를 60일간 저장해 뒀다가 관련기관이 조사할 때 근거자료로 제시토록 했다. 이 규정과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PC방은 5000∼3만위안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밖에 업주는 고의적으로 바이러스 및 기타 파괴성 프로그램 및 해킹시스템을 전파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하며 사업자등록증 없이 영업을 하면 PC방을 폐쇄조치하고 설비 기자재를 몰수하며 여기에 또다시 1만∼3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상하이에 소재한 왕즈(罔芝)라는 PC방의 이용수칙. ‘안전한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국가규정’에 따라 인터넷 이용 규정을 명시해 놓고 있다. 특히 6번 규정에서는 ‘미성년자는 휴가기간이 아닐 경우는 출입을 금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불량한 행동을 하는 등 국가 규정을 위반하면 공안기관에 넘겨 처리한다’는 등 강력한 규제내용을 담고 있다.

 <상하이=장지영기자 jyajang@etnewsw.co.kr>

 

 ◆중국 정부의 게임 정책 변화 

 중국의 게임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역시 중국 정부가 게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는 문제다. 아직 사회주의 국가이다보니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게임에 대한 시각은 한마디로 ‘애매모호’했다. PC방에서 PC게임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그동안 이렇다할 규제가 없었다. 그런 중국 정부가 최근들어 게임에 대한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 중국 현지업체는 물론이고 중국 게임시장을 주 수출무대로 삼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월 문화부 산하에 ‘네트워크문화처’라는 정책기구를 설립, 게임과 PC방(罔巴:왕바)에 대한 관리를 전담케한 데 이어 지난 6월 베이징에서 발생한 PC방 화재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PC방을 모두 폐쇄하고 ‘안전한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국가규정’을 마련, 이를 기준으로 PC방 허가를 다시 내주는 PC방 정돈사업에 돌입한 것이다.

 최근들어 게임산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법규와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 등급제 마련을 위한 자료수집에 나서는 동시에 연내 네트워크문화처 산하에 게임등급제를 전문으로 실시할 국영기업체를 설립키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게임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보여온 중국 정부가 드디어 규제의 칼을 뽑아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지 관계자들은 이를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한다. 중국 관료들이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대반 우려반’이라 규제와 지원책이 동시에 나올 가능성이 크며 PC방 운영규정이 나온 것은 그동안 음지에서 번져온 PC방을 양성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상하이지역 문화발전 지원기관인 상하이문화발전기금회의 장민 판공실 부주임은 “초기 PC방의 잘못된 이용 관행 때문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산업이 중국 IT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이용자들에게 과다한 이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계도하는 등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젊은층뿐만 아니라 노년층도 게임을 ‘유희’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 추후에는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뒤를 이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최근 중국 관료와 만나 한중 교류방안을 협의한 바 있는 문화부 관계자도 “중국 관료가 ‘한국정부가 중국에 수출하는 게임을 미리 걸러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중국 정부측에서는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한국의 게임관련 정보 및 정부의 관련정책을 모니터링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게임업체 및 관련기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은 일단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규제를 선행, 게임이용 문화를 정립하고 난 후에 이를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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