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였다. 모처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거실 한편에 묵은 잡지 한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그 잡지를 손에 들었다. 진보적인 성향의 페미니즘 잡지였다. 그런데 표지 상단에 박혀 있는 ‘매우 선동적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웃자! 뒤집자! 놀자!’였다. ‘뒤집자!’라는 글자는 인쇄마저 뒤집혀 있었다.
호기심이 동했다. 설명을 읽어보니 ‘웃자! 뒤집자! 놀자!’는 그 잡지의 슬로건이었다.
‘웃자!’는 여성들이 눈물을 흘려왔으므로 앞으로는 웃으며 살아보자는 염원이었다. ‘뒤집자!’는 여성도 삶의 성취욕구가 있는 존재임을 확인해보자는 제안이고, ‘놀자!’는 고통만 당하던 존재를 벗어나 즐겁게 살자는 선언이었다.
그 도발적인 여권선언이 매우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필자는 어느덧 ‘웃자! 뒤집자! 놀자!’를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을 굴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 슬로건을 기업현장에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보면 어떤 사람은 표정부터 찡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일이 버겁게 느껴져 그럴 수도 있겠고 생각이 달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 할 일 웃으면서 하면 생산성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그래야 본인의 마음도 편해지고 평화스러워지지 않을까.
‘뒤집자!’도 그렇다. 조직에 어떤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는 직원들이 꼭 나타난다. 기업은 때론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하지만 때로는 ‘한번 뒤집어보자!’는 배짱도 필요한 것이다.
마음에 가장 드는 구호는 ‘놀자!’였다. 유사이래, 특히 자본주의 이래로 ‘일과 놀이’는 늘 충돌하는 개념이었다.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자’는 말에도 ‘일은 힘든 것’이란 생각이 반영돼 있지 않은가. 일과 놀이는 이렇듯 상호모순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즐겁게 일해보자’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노는, 그런 신바람나는 직장을 건설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
<백갑종 농수산TV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