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윈백 유감

 윈백은 A사가 구축해 놓은 기업 정보시스템 및 솔루션을 B사의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스럽게 B사의 기술과 제품이 A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이 입증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윈백은 정보기술(IT)업계가 펼치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IT업계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자긍심을 가진 IBM은 최근 ‘윈백’이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것도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창출 품목으로 부상한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솔루션 분야에서다.

 내용인즉 웹메소드코리아가 태평양사의 애플리케이션 통합작업을 진행하면서 ‘IBM의 MQ시리즈를 대체했다’고 발표한 것. 이에 한국IBM은 벌집을 들쑤신 듯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MQ시리즈는 미들웨어로서 메시징 툴과 인티그레이터(애플리케이션통합툴)을 포함하고 있다”며 “태평양에서 MQ 인티그레이터를 통한 EAI 구축작업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윈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웹메소드측은 “MQ가 전체 접점영역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평양의 EAI 구축 프로젝트에 채택되지 못하고 교체가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웹메소드코리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IBM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장차 한국에서 EAI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EAI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인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웹메소드측의 발표대로라면 한국IBM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웹메소드코리아도 다소 성급했다. IBM의 MQ시리즈는 올초 LG전자 EAI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이미 그 효용성을 입증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MQ시리즈가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웹메소드코리아의 주장은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로 이해되기도 한다.

 윈백은 IT기업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제3자를 수긍시킬 만큼 명확한 윈백 사례는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막연한 흠집내기가 아닌 실력으로 입증하는 윈백이 IT기업간 선의의 경쟁수단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엔터프라이즈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