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크다고 아무 때나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하면 곤란하다. 투자가 몰린 하반기 실적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표문수 SK텔레콤 사장. 7일)
“출혈경쟁은 서비스업체의 투자 여건을 악화시켜 장비업체들한테도 좋지 않다.”(이경준 KTF 사장. 6일)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을 이끄는 SK텔레콤과 KTF의 수장이 이틀 연속 한 말이다. 표현은 다르나 생각은 똑같다. 이동전화 요금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유도 비슷하다. 서비스업체로선 수익을 내야 투자할 수 있는데 요금을 내리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산업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나 시민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논리가 먹힌 것은 통신산업계의 찬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통신산업계가 최근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이통사업자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이상철 정통부 장관이 가진 업계 간담회에서도 하드웨어업체들은 ‘이통사업자들의 신규 투자를 어떻게든 유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통사업자들의 요금인하 불가 논리는 수익 확보→투자 확대→통신시스템 산업 발전→서비스 제고→소비자 이익 제고의 선순환 고리에 기반했다. 그런데 상반기 막대한 실적에서 보듯 이통사업자들은 수익 확보 이상의 행보를 취하지 않는다. 예정된 WCDMA 투자마저 이런 저런 핑계로 늦추고 있다.
요금인하 불가의 논리가 뿌리째 흔들리는데도 이통사업자들만 이를 애써 외면한다.
“통신서비스사업자의 요금인하가 바람직하지 않다. 몇 천원 내려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장비구매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장비업계도 어려워진다.”
하드웨어업체들의 하소연을 들은 이상철 장관이 사견을 전제로 한 말이다. 현 이통사업자의 논리와 같으나 이 장관은 투자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통사업자에 더 이상의 기대를 접은 통신산업계는 이 장관의 솔로몬식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